이재명, 홍남기 맹공 “모든 것 안다는 전문가 오만 벗어나야”

입력 2020-09-02 04:02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두고 이재명 경기지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재정건전성을 우선시하는 홍 부총리가 최근 이 지사 의견을 비판하자 1일에는 이 지사가 공개 질의를 던지며 홍 부총리를 궁지로 몰았다. 이면에는 선별 지급에 무게를 두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각을 세우기 위한 이 지사의 전략이 놓여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1일 페이스북에 ‘홍 부총리께 드리는 5가지 질문’이란 글에서 “1370만 경기도민을 대표하여 몇가지 여쭙겠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정부 지출이 수요와 공급 측면 중 어느 쪽에 집중해야 하는지, 선진국들이 국가부채를 늘리면서까지 국민 소비지원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지, 현 재정지출 기조가 복지정책인지 경제정책인지, (재난지원금) 총액이 같다면 선별·보편 여부는 재정건정성과 무관하지 않은지, 경제활성화에는 현금 지급보다 매출지원이 낫지 않은지 등 5개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소비확대 필요성, 선진국의 재정지출 확대, 국민 모두가 경제정책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점, 선별 지급 또는 보편 지급 모두 총액을 같게 할 수 있다는 점, 시한부 지역화폐를 통해 소상공인 매출 지원을 하는 게 경제 회복에 유리하다는 점을 각각 주장했다. 따라서 선별 지원보다는 보편 지원이 타당하다는 논리다.

이 지사는 “가지 않던 길을 만들어 가는 건 힘들지만 시대와 환경이 바뀌면 싸고 좋은 새 길을 찾아야 한다”며 “모든 것을 안다는 전문가의 오만이나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권위의식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국민의 뜻이라면 따르는 것이 민주공화국 대리인의 의무라고 믿는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지사의 공개질의는 지난달 31일 홍 부총리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보편 지급을 주장하는 이 지사 발언에 대해 “책임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한 이후 나온 것이다. 임이자 미래통합당 의원이 이 지사 발언을 언급하며 “아주 철없는 얘기”라고 하자 홍 부총리는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자칫 잘못하면 국민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는 발언”이라고 동조하기도 했다.

결국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홍 부총리는 언행에 신중하기 바란다”고 지적하고 나서는 등 당내에서 반발 여론이 조성됐다. 이에 홍 부총리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제가 어떻게 도지사에게 ‘철이 있다, 없다’ 하겠냐”며 진화를 시도했지만 이 지사의 공개 질의로 한동안 여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