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야당 대표들과 연달아 회동을 갖고 협치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협치 구도’를 이뤘다. 하지만 원 구성 재협상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는 미묘한 기싸움도 연출됐다.
이 대표를 맞이한 김 위원장은 “앞으로 원만하게 정치를 잘 풀어가도록 노력해 달라”고 운을 뗐다. 이 대표도 신문기자와 취재원으로 맺은 40년 인연을 언급하며 “긴 세월 늘 지도해주셨는데 (이번에도) 잘 지도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이 “4차 추경을 해서 2차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원해야 한다는 게 통합당 입장”이라고 하자 이 대표도 “4차 추경은 불가피하다. 곧 결론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책 협치를 제대로 해보자는 데 (두 사람이) 의견 일치를 봤다”고 전했다.
하지만 원 구성 재협상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때마다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라졌다. 김 위원장은 “(원 구성 과정에서) 과거 지켜오던 관행이 깨져버리는 바람에 지금 의회가 종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며 “이 대표가 새롭게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정치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두세 달 동안 겪었던 우여곡절을 반복할 겨를이 없다”고 되받은 뒤 “국회 비상경제특위를 빨리 가동하고 상법·공정거래법 등 경제민주화 문제를 포함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통합당이 정강정책에 기본소득·경제민주화를 명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시급한 과제는 코로나 2차 확산을 극복하고, 정치권이 관련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이라고만 했다.
이 대표는 상임위원장 재분배를 주장해 온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주 원내대표에게 “(재분배 요구는) 원내대표들끼리 잘 논의해주시되 같은 우여곡절이 반복된다면 국민들께서 매우 걱정하실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아직 정상적으로 국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협치를 통해 국가적 과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되받았다.
이후 이 대표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차례로 예방했다. 이 대표는 심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2차 재난지원금의 추석 전 지급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 대표를 만나서는 “권력기관 개혁을 향한 뜨거운 의지를 가지신 분”이라며 “개혁 입법 완수에 큰 추동력이 된다”고 추켜세웠다.
이 대표가 2014년 전남도지사 후보로 나섰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안 대표와의 회동도 화기애애했다. 이 대표는 “그때 공천이 위태로울 수도 있었는데 제 부탁을 안 대표님이 받아들여주셔서 제가 지사가 될 수 있었다”며 “민생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에 대한 철학을 밝혀주시고 조언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양민철 박재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