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대법원 국정농단 사건 판결을 주요 근거로 꼽았다. 3년6개월 전 특별검사팀이 기소했던 사건이 결국 이 부회장의 발목을 다시 잡은 것이다. 1차전이 뇌물죄 성립 여부였다면 2차전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여부다. 법원이 자본시장법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이 부회장의 운명도 갈릴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대법원이 이미 경영권 승계 작업 및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실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2015년 합병 당시 이사회 단계부터 주주총회까지 삼성 수뇌부의 각종 불법행위가 이뤄졌다고 본다.
대법원은 승계작업 지원 대가로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씨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을 인정한 상태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본부장에게 합병 찬성을 유도한 혐의로 2017년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국민연금이 반대했다면 합병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중요 범행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런 사실들을 ‘불법 로비’로 규정하고 자본시장법 178조 1항 1호를 적용했다. 합병 과정에서 부정한 수단·계획·기교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해당 조항은 진화하는 각종 금융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포괄적인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도입됐다. 법원이 부정한 수단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자체가 이 부회장 승계를 완성하기 위한 퍼즐이었다고 본다. 이 부회장은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인수를 통해 지배권을 확보한 상태였다. 미래전략실이 에버랜드를 상장해 승계를 완성하는 ‘프로젝트-G’를 추진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프로젝트-G는 지배구조(Governance)에서 따온 명칭이다. 검찰은 합병도 이 부회장 등 제일모직 주주에게 유리한 시점에 진행됐다고 본다. 반발이 일자 불법 로비 등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밖에 검찰은 합병 비율의 적정성 등에 대한 검토 없이 이사회 소집 1시간 만에 형식적 이사회 결의가 이뤄졌다고 봤다. 삼성 측 주장과 달리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기 위해 가능성이 불투명한 용인 에버랜드 개발도 곧 실현될 것처럼 허위로 홍보했다는 것도 공소사실에 적시됐다.
이런 사실을 이 부회장이 보고 받았고 지시를 했는지 여부도 재판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합병 과정의 모든 절차는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라고 주장한다. 검찰은 삼성 측이 대법원 판결도 인정하지 않고 ‘합병이 이 부회장 승계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고 반박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도 검찰과 변호인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검찰은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에 빠질 경우 불공정 합병 논란이 일 것을 우려해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본다. 검찰은 내부 문건과 함께 관련 대책을 논의한 직원 이메일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금융 당국도 분식회계와 관련한 입장을 번복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변호인 측은 “다수의 회계 전문가들도 회계기준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
▶
▶
▶
나성원 구승은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