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아베’로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유력시된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아베 내각에서 2인자 역할을 하던 스가 장관이 차기 총리로 선출될 경우 사퇴한 아베 총리가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도통신은 1일 “8년 가까이 아베 총리의 오른팔이었고, (정권의) 연속성을 지닌 총리 후보로서 스가 장관은 경쟁 상대를 앞지를 만한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면서 “스가 장관은 2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8일 사임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후계자와 관련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총리가 중도 사퇴할 경우 후계자를 지목하는 것이 일본 정치의 관례이기도 하지만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대응 계획과 건강 문제, 소회 등만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당초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을 후계자로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퇴하면서 그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대신 자민당 내 주요 파벌들은 일사불란하게 스가 장관 지지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무파벌로 분류되는 스가 장관은 순식간에 과반 이상의 의원 지지를 확보하게 됐다.
자민당은 또 이날 차기 총재 선출 방식을 당원 투표가 아닌 양원 총회 방식으로 확정함했다. 스가 장관의 강력한 경쟁자이자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려온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에게 불리한 구도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재집권 후 스가를 관방장관에 임명한 뒤 7년8개월 내내 교체하지 않았다. 스가 장관이 총리에 오를 경우 아베 정권의 정책과 지향이 고스란히 계승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코로나19 대응,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 개최 등 국가적 현안을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한편 자신과 가족, 측근들에게 제기된 각종 비리 의혹들을 막아줄 후임자가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스가 장관이 무파벌이고, 정치적 야심을 거의 드러낸 적이 없다는 점도 아베 총리가 그를 선택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정계 은퇴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치료를 통해 건강을 되찾고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탤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러 가지 정책들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언급도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07년에도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악화로 자진사퇴를 했다가 복귀했다. 두 번째 복귀가 가능할지는 미지수지만 막후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
▶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