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중인 직장인 박모(25)씨는 지난 주말부터 주문을 할 때 며칠 여유를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30일부터 1주일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박씨처럼 식료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사람이 늘었는지 주문이 조기 마감돼 평소보다 배송에 하루 이틀 더 소요됐기 때문이다. 박씨는 “평소엔 오후 11시 전에 제품이 품절되는 경우가 없었는데 주말에 이어 어제도 오후 8시쯤 ‘주문 조기 마감’이라는 팝업이 떴다”며 “마켓컬리나 SSG닷컴이나 다음날 새벽배송은 어려워진 듯해 그냥 여유 있게 주문하고 있다”고 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강화된 방역조치가 시행된 지난 30일 전후 식료품 구매 수요가 온라인으로 몰리면서 소비자들이 이런 상황을 겪게 됐다. 현대식품관 투홈은 지난 29~31일 매출이 전주 대비 204.1% 늘었고, 주문량은 3배 이상 폭증했다. 지난 28일부터 31일까지 GS프레시몰 매출은 전월 대비 88.6% 증가했고, 마켓컬리는 지난 29일 매출이 직전 주 대비 20% 증가했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재택근무 직장인이 늘고, 저녁시간 외식도 불가능해지자 식료품을 온라인에서 사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마켓컬리와 SSG닷컴 등 몇몇 업체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주문 및 배송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마켓컬리는 지난 30일 오후 5시쯤 “주문량 폭증으로 다수 품목의 재고가 소진돼 품절이 발생하고 있다”며 오후 11시까지 주문을 받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배송 취소 안내를 받은 소비자도 있었다. 직장인 유모(28)씨는 지난 26일 SSG닷컴에서 주문한 식료품을 28일 받을 예정이었지만 당일 오전 배송 중단 및 환불 안내 문자를 받았다. SSG닷컴의 한 배송기사가 코로나19에 확진된 탓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집 근처 편의점으로 장을 보러 나가는 소비자도 늘었다. 박씨는 “급하게 필요한 식료품이 생기면 근처 편의점에서 산다”고 했다. 실제로 CU에선 지난 16일부터 30일까지 반찬류 매출이 전월 대비 45.7% 늘었다. 세븐일레븐에서도 지난 15~30일 주택가 상권을 중심으로 도시락 매출이 전년 대비 21.4% 늘었고, 야채(59.0%)나 반찬류(18.6%)도 증가세를 보였다.
온라인 유통 업체들은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운영체제를 가동하고 물류 상황에 맞춰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비상운영체제에 돌입했다. GS리테일도 임시 배차를 늘려 배송 한계치를 확대하며 늘어난 물량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지난 3월과 같은 물류 대란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한 수도권의 경우 배송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소비자들의 온라인몰 선택지도 넓기 때문에 지난 3월 대구와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추석 배송 물량까지 몰린다면 물류 대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