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첫 정기국회가 1일 시작됐다. 양당의 리더십이 모두 교체되면서 ‘동물국회’ 오명을 썼던 앞선 20대 국회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중도·실리를 표방하는 여야 공감 입법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의 국회 상임위원장 재분배 요구,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법독주 논란은 여전히 국회 파행의 불씨로 남아 있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민생입법 우선 처리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양당 발의 법안 중 상당수가 비슷한 내용의 비쟁점 민생법안이다.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기본소득 도입 연구를 위한 법률안, 영세자영업자 세 부담을 대폭 낮추는 부가가치세법·조세특례제한법 등이 대표적이다.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도 곧 여야 합의로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5·18 희생자를 지원하기 위한 양당의 법안 역시 맥락이 비슷하다.
중도지향적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존재도 여야 협상의 공간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책 공간이 아닌 기술적 부분에 있다. 통합당이 민주당 소속 18개 상임위의 분배를 요구하고 있지만 협상의 여지가 크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을 비롯한 7개 상임위원장을 통합당에 제안한 바 있다”며 “그러나 통합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속 요구하고 있어 논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정기국회 운영 방안 등 논의를 위해 예정됐던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태년 민주당·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회동도 30분 전 갑자기 취소됐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의장실의 진행이 중립적이지 못한 것 같다”며 “교섭단체가 중심이 돼서 논의해야 하는데 의장실이 법안 초안까지 붙여서 (안을) 해놨다”고 비판했다. 국회 운영방안에 대한 양당 간 불신이 가중된 탓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여전히 남아 있는 민주당의 개혁 법안도 뇌관이다. 이미 민주당은 지난 총선 압승 직후 종합부동산세법 등 ‘부동산 3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법안 등을 단독 처리했다. 이후 통합당이 ‘의회 독재’와 ‘오만’ 프레임으로 연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8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과 공수처장 임명 등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여당으로서는 밀어붙이자니 국회 파행이, 놔두자니 지지층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인 셈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1일부터 오는 12월 9일까지 100일간을 정기국회 회기로 하고, 교섭단체 대표연설 및 대정부 질문에 관한 안건을 통과시켰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 구성도 가결했다.
박 의장은 개회식에서 “정기국회는 협치의 국회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여당은) 집권당답게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달라. 통 큰 정치를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 야당을 향해서도 “장외투쟁 대신 원내투쟁의 면모를 보여주셨다”며 “대안 정당, 정책 정당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박재현 강준구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