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으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업계에서 낙오하면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가 혜택을 누릴 거라는 ‘잔인한 전망’이 나왔다. 감염병 재확산으로 하반기 실적 전망이 항공사 규모에 따라 양극화되면서 ‘업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는 하반기 국제선 여객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오히려 화물 운임이 오르는 효과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래 글로벌 항공화물량의 절반은 여객기 화물칸으로 이동됐는데, 여객기 공급이 더디게 회복하면서 국내에서 항공화물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대한항공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했다. 이르면 4분기부터 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 보급될 수 있는데, 이 경우 백신 수송도 항공 화물 수요를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유휴 여객기의 좌석을 떼어내 화물 전용기로 개조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하반기에도 상반기의 ‘화물 깜짝 흑자’를 이어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대한항공이 지난달 유휴 여객기 바닥에 화물을 탑재할 수 있도록 승인해 달라고 요청한 건을 승인했다. 이번 승인으로 대한항공은 항공기 한 대당 화물 수송량을 10t 이상 늘릴 수 있게 됐다.
반면 국내선 수요를 겨냥해 노선을 확대해온 LCC 업계는 고사 직전이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시작된 지난달 15일 광복절을 기점으로 조금이나마 증가했던 국내선 이용객 수가 지난달 중순 22만여명에서 같은 달 말 12만여명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항공권 예매 취소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일부 LCC 업체는 당장 하반기에 자금이 바닥날 위기다. 에어부산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보유 현금이 152억원으로 업계 중 가장 적었다. 지난 7월 청약 참여율 저조로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한 티웨이항공의 현금 자산은 102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4.1% 줄었다.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진에어는 129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6.5%나 감소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에 성공한 제주항공도 내년 상반기 말에는 현금이 소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불발된 이스타항공의 경우 이미 현금이 바닥나 직원 절반을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전날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오는 7일 해고대상자 600여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업계에선 이와 같은 업계 구조조정이 결과적으로 대형항공사에 혜택으로 돌아올 가능성 크다고 본다. 하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되면 항공운송 시장은 대한항공 등 상위 업체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생존한 업체들이 도태된 업체의 시장 점유율까지 가져가 영업이익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항공사들이 우후죽순 생겨 과당경쟁이 심했는데 감염병을 계기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