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52·사진) SK 와이번스 감독이 68일 만에 사령탑으로 복귀해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운 것에 미안함을 드러냈다.
염 감독은 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2020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홈경기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두 달 간 자리를 비워 죄송하다. 팀이 정상적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염 감독은 지난 6월 25일 두산 베어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 경기 도중 더그아웃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에 이송된 염 감독은 심신 쇠약으로 2달 간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평소 식사를 거르고 과로하는 등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게 원인이었다. 이에 염 감독은 외부 접촉을 차단한 채 회복에만 집중해 지난 28일 건강검진에서 큰 이상이 없단 결과를 받았다. SK는 염 감독과의 면담 후 내부 회의를 통해 복귀를 결정했다.
염 감독 공백 속에 SK는 박경완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러왔지만, 10개 구단 중 9위로 성적이 좋지 않다. 염 감독이 쓰러지기 전까지 9위(12승 30패)에 그쳤던 SK는 박 감독대행 체제 하에서도 투타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반등하지 못했다. 5위 KT 위즈와의 격차가 거의 20경기에 달할 정도라 사실상 가을야구는 무산됐다.
염 감독은 “두 달 동안 무엇이 잘못됐는지 고민했고, 내 삶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올 시즌 (부진의) 전체적인 책임은 내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지금부터 중심 선수를 살려내 우리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제시하겠다. 희망을 드리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SK는 지난 시즌 팀 창단 이후 최다인 88승을 거뒀다. 에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앙헬 산체스(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원투 펀치’가 각각 해외로 진출하며 마운드 공백 우려가 있었지만, 올 시즌에도 가을야구 진출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김광현과 산체스를 대신할 것으로 기대됐던 닉 킹엄이 팔꿈치 부상으로 선발 단 2경기 만에 팀을 떠난 데다 리카르도 핀토도 4승 11패 평균자책점 6.37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선도 팀 장타율에서 리그 9위에 그치는 등 ‘홈런군단’의 위용을 잃은 지 오래. 주전 포수 이재원이 부상에서 회복한 이후에도 제 컨디션이 아니고 기대를 모았던 김창평과 정현, 하재훈 등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주축에서 밀려나는 등 올해 SK는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SK는 염 감독의 복귀전에서도 LG에 5대 13으로 완패했다.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염 감독은 이제 남은 47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사실상 멀어진 상황에서 중심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유망주들을 성장시켜 팀 분위기 재정비가 과제로 지적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