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이 소득주도성장을 대신해 현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시장의 자율적 기능보다는 정부가 투자를 주도해 성장과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원년 격인 내년에 21조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1일 밝혔다.
정부는 앞서 지난 7월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한국판 뉴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자해 19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디지털과 그린사업이다. 올해 21조원이 들어가는 주요 사업을 살펴보면 수많은 데이터를 ‘댐’에 가둬놓고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댐(2조8000억원), 전기·수소차 보급 등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2조4000억원), 그린 에너지(1조3000억원), 전자칠판 보급을 포함한 그린스마트스쿨(1000억원) 등이다.
한편에서는 이명박(MB)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을 앞세운 ‘녹색 뉴딜’과 이번 한국판 뉴딜이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개년 계획을 세우고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한다는 점이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주를 이룬다는 것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뉴딜이 경제정책 전면에 나선 건 코로나19로 경제위기가 증폭된 올해다. 제조업 위주의 수출성장 정책 위주로는 미래성장을 이룰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나타난 특단의 대책인 셈이다. 올 한국경제 2분기 성장률은 -3.2%로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낮다.
2008년 출범한 MB정부도 첫해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예상치 못한 폭풍을 만났다. 2008년 4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3.3%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MB정부는 이를 극복한다는 명목으로 이듬해 1월 녹색 뉴딜을 발표했다. 2012년까지 50조원을 투입해 9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MB정부의 녹색 뉴딜은 정권주도 사업에 따른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대강 사업의 경우 아직까지 성공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자리 90만개 창출도 이뤄지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일자리 확충은 모든 정부의 난제로 떠올랐다.
이런 논란에 대해 정부는 이번에는 진짜 ‘뉴딜’이라고 강조한다. 경제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바탕으로 친환경·저탄소 전환을 가속화하는 사업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년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과제를 보면 주로 SOC에 예산이 투입된다.
‘국민안전SOC 디지털화’ 과제는 국도에 지능형 교통체계 개선 등 사실상 SOC 사업을 띠고 있다. 7000억원이 들어가는 그린 리모델링 역시 토건사업으로 볼 수 있다. 디지털만 붙인 SOC 예산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국판 뉴딜에 단기적 경기부양 성격을 가미하다보니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토건사업이었던 MB정부의 녹색 뉴딜과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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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