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출 -9.9%… 느리지만 조금씩 회복

입력 2020-09-02 04:03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조금씩이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동월보다 9.9% 감소하면서 2개월 연속 한 자릿수 감소세에 머물렀다. 전체 수출액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반도체 실적이 호전되면서 수출 감소폭을 줄였다. 여기에 코로나19 수혜 품목인 ‘바이오헬스’ ‘컴퓨터’의 수출 신장세가 뒷받침했다. 다만 이 추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은 없을 거라고 예단하기 힘든 탓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9.9% 감소한 396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7월(-7.1%)에 이어 2개월 연속 한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갔다. 증감률로만 보면 7월보다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8월 조업일수가 전년 동월보다 1.5일 적어 실질적으로는 수출 여건이 호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평균 수출액 감소분은 3.8%로 지난 1월 이후 가장 낮은 감소폭을 기록했다.

올해 1~8월 기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5%나 되는 반도체 수출의 회복세가 큰 역할을 했다. 8월 반도체 수출액은 82억300만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2.8% 늘며 2개월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덕분에 1~8월 누적 반도체 수출액은 플러스로 전환됐다. 지난 4월 전 세계에 코로나19 충격파가 퍼지면서 큰 폭으로 수출이 줄었던 여파를 상쇄했다.

주력 15대 품목 중 바이오헬스와 컴퓨터의 수출이 급증한 덕도 컸다. 8월 바이오헬스 수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58.8% 급등했다.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40~50%대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비롯해 한국산 바이오헬스 제품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컴퓨터의 수출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 2월부터 7개월 연속 매달 최소 76% 이상의 수출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비대면 경제가 지속적으로 확산하면서 노트북과 컴퓨터 서버, 저장장치 등의 수출 물량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주요국으로의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점도 고무적이다. 8월 유럽연합(EU) 수출액은 38억46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2.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지난 4월부터 매달 적게는 11.2%에서 많게는 22.6%까지 수출액이 감소했던 추이와 비교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지만 코로나19가 언제 기승을 부릴지 모른다는 점이 복병으로 남았다. 한국만 해도 8월 중순부터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늘면서 경제를 멈춰 세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글로벌 교역량이 1차 유행으로 그칠 경우 전년 대비 9.5% 줄겠지만 한번 더 유행하면 11.4%까지 급감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나 실장은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시점을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