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이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기소를 강행한 첫 사례로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의 최종 책임자이자 수혜자라며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해오자 2018년 12월 삼성물산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본격 나섰다. 그동안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회 소환조사 등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도 높게 수사를 진행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수사심의위에서 압도적으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의견이 나오자 검찰은 당황했다.
수사심의위는 문재인정부 초기인 2018년 초 검찰 스스로 만든 제도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취지다. 이 사건 이전에 총 8차례 수사심의위가 열렸고, 검찰은 모든 권고를 수용했다. 검찰은 이번에 권고를 거부한 이유로 “사안이 중대하고 객관적 증거가 명백한 데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어서”라고 설명했지만, 옹색하다. 수사심의위 대상이 됐다는 것 자체가 사안이 중대하고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라는 의미다. 객관적 증거가 명백하다는 것은 검찰의 일방 주장일 뿐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 측이 수사심의위를 신청, 소집 절차가 시작되자마자 이를 사실상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검찰은 수사심의위 결론이 나온 뒤 두 달 이상 끌면서 경영·회계 전문가들을 불러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것도 기소를 위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다. 검찰이 줄곧 구속, 적어도 불구속 기소를 전제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법원에서 어떤 판결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및 기소 과정에 다소 무리수가 있었고, 이것이 또 다른 검찰 불신의 원인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사설] 檢, 수사심의위 권고 무시한 이재용 기소
입력 2020-09-0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