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 본예산보다 8.5% 늘어난 555조8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 재정으로,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대로 지금과 같은 경제 전시 상황에서는 재정이 국가경제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정 악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 즉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훼손되는 것이 우려된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대에 진입하는 국가채무는 내년에 단숨에 900조원대로 올라선 뒤 2022년에는 1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38.0%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3.5%로 뛴 데 이어 내년 46.7%, 2022년에는 50.9%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비율이 20%대에서 30%대(2011년)로 늘어나는 데 7년 걸렸고, 이후 40%대(올해)로 증가하는 데는 9년이 걸렸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50%대(2022년)로 늘어난다고 하니 그 속도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급격한 채무 증가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불가피하게 확장되는 재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작정 살포하는 방식 대신 선택과 집중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국회는 현미경 예산 심사로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철저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홍 부총리는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증세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증세에 관한 논의도 시작돼야 한다. 구멍이 급속히 커져가는 재정을 계속 빚으로만 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정 계층에 대한 과세 강화(부자 증세)든, 보다 넓은 대상에 대한 완만하고 지속적인 증세(보편적 증세)든 정부가 증세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얘기하고 논의를 시작할 때다.
[사설] 나랏빚 1000조 눈앞, 재정건전성 대책은 뭔가
입력 2020-09-0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