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리포트] 대구에 들어서는 동물원 품은 대공원… “억수로 반갑데이”

입력 2020-09-02 04:07 수정 2020-09-02 04:0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구의 숙원사업인 ‘대구대공원’이 조성 계획이 생긴 지 30여년 만에 실현되게 됐다. 동물원을 품은 공원으로 개발 계획이 잡히면서 제대로 된 동물원을 원했던 대구시민들의 소망도 함께 이뤄지게 됐다. 대구 랜드마크를 꿈꾸는 대구대공원은 어떤 모습일까.

본궤도 오른 대구대공원

대구시는 최근 ‘대구대공원 민간특례사업 실시계획 인가’를 고시하고 2023년 준공을 목표로 대구대공원 조성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1993년 도시계획시설 결정 후 30여년 만에 대구대공원 조성을 위한 첫발을 내딛을 수 있게 됐다.

대구대공원은 수성구 삼덕동 범안로 삼덕요금소 일대 187만㎡ 규모의 개발제한구역 내 근린공원이다. 이 일대에는 그동안 대구미술관 정도만 조성됐을 뿐이다. 예산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장기 미집행 공원으로 남아 있어야 했다. 대구대공원 조성사업은 2017년 대구시가 개발계획(공영개발 방식)을 발표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구도시공사가 주축이 돼 일부 부지를 공동주택으로 개발하고 나머지는 공원으로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민간공원특례사업’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대구대공원 조성에는 1조25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동물원이다. 노후화 등의 문제로 이전 필요성이 제기된 달성공원 동물원을 대구대공원 터로 이전해 제대로 된 공원을 만들 계획이다. 동물원과 함께 반려동물 놀이터, 산림휴양시설 등 그동안 대구 도심에서 누리기 힘들었던 자연·힐링을 만끽할 수 있는 시설들을 모아 말 그대로 대공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대구대공원’이 계획 30년 만인 2023년 동물원을 품은 자연공원의 모습으로 조성된다. 주변의 삼성라이온즈파크, 대구스타디움과 함께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잡는다. 대구대공원 개발터(위 사진)와 개발터 내 대구미술관 모습. 대구시·대구미술관 제공

대구대공원 동물원은 달성공원 동물원(1만여㎡)의 6배 이상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사파리도 고민했지만 규모와 예산, 관리 등의 문제로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관람객과 동물이 교감할 수 있는 체험형 동물원을 만들 방침이다.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시설을 꾸밀 계획이다. 반려동물 놀이터 역시 최고 시설로 만든다. 자연, 동물, 휴식이 한데 어우러지는 대구 최고 공원을 콘셉트로 개발을 진행한다.

대구대공원 주변도 대구 랜드마크로 바뀐다. 대구대공원 주변에는 삼성라이온즈파크, 대구스타디움이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체육시설들과 연계해 다양한 축제·행사 기획이 가능하다. 대구시가 추진 중인 대구 간송미술관(삼덕동 일대) 조성 사업이 성과를 내면 현재 대구대공원 부지 내에 위치한 대구미술관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대구를 대표하는 문화·체육지구가 될 수 있다.

대규모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지역주민 숙원인 범안로 무료화와 도시철도 3호선 연장사업(범물~신서혁신도시) 등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성알파시티와 현재 조성 중인 연호법조타운 등과 연결된 새로운 부도심권 형성도 가능하다. 대구대공원의 위치는 경북 경산과도 가까워 경북의 방문객을 끌어들이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대공원 사업은 장기 미집행 공원을 조성하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대구의 많은 숙원사업들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지역 핵심 사업”이라고 말했다.

새집 찾은 달성공원 동물원

달성공원 동물원은 그동안 수차례 이전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1970년 개장한 달성공원 동물원은 도시 확대에 따라 외곽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다. 시설 노후로 인해 새 시설 조성도 절실한 상황이었다. 동물원 개장 당시 1500여 마리에 달했던 동물 수는 현재 호랑이 등 포유류 22종 109마리, 타조 등 조류 54종 277마리, 잉어(어류) 300마리에 머물고 있다. 대구를 대표하는, 시민들의 추억이 담긴 동물원이지만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아쉬운 규모였다.

대구시는 1991년 달성공원 동물원을 이전하고 달성토성을 복원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당시 마땅한 동물원 이전 장소를 찾지 못해 사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잊혀졌던 동물원 이전 사업은 2010년 대구시가 달성토성 복원 사업을 정부 공모 사업으로 재추진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달성토성 복원 사업의 핵심은 동물원 이전이었고 이에 대구시도 동물원 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할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사업을 추진할 민간 기업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달성군이 동물원 유치를 강력 희망하면서 기초단체 간 동물원 유치전 양상으로 변질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에 대구대공원 내 이전이 결정되면서 달성공원 동물원 동물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 대구시민들도 보다 좋은 시설에서 동물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게 됐다. 달성공원 동물원의 명성이 다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경북 등 다른 지역 관람객들을 불러들이는 관광 효자 역할도 기대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달성공원 동물원이 지금까지 어렵게 명맥을 이어왔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동물원으로는 성장하지 못했다”며 “대구대공원에 새 동물원이 들어서면 대구시민들은 물론 대구 인근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원 이전 성사… 달성공원내 토성 옛 모습 찾는다

대구대공원으로 동물원이 옮겨가게 되면서 대구 중구에 위치한 달성공원은 삼국시대 유적인 ‘달성토성’의 옛 모습대로 복원될 전망이다.

달성토성 복원사업은 1990년대 초 추진됐지만 달성공원 내 동물원 이전 등의 문제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달성토성의 흔적이 남아있는 대구 중구 달성공원 모습. 중구 제공

달성토성은 대구의 초기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유적이다. 고려 때 김부식이 펴낸 ‘삼국사기’의 신라본기에 달성토성의 기록이 나온다. 삼국사기에는 신라가 다벌국을 병합한 뒤 216년 2월 달벌성(達伐城)을 쌓았다고 적혀 있다. 이 토성은 1736년 대구읍성을 쌓을 때까지 대구의 읍성 역할을 했다고 한다. 평지의 낮은 구릉을 이용해 쌓은 삼국시대의 성곽으로 높이는 일정하지 않지만 4m 정도이고 둘레는 약 1.3㎞다.

현재 달성공원에서 완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일부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1963년 사적 제62호로 지정됐다.

대구시는 대구대공원 사업이 마무리되는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달성토성 복원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시는 달성토성 복원사업의 초점을 보존·정비에 맞췄다. 동물원을 이전한 후 사업이 본격화될 때까지 학술·정비 자료를 모으고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등 복원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할 방침이다. 또 현재 달성토성 성채 외부를 확인하는 정밀지형 측량 조사와 내부 시설물 현황 조사도 병행한다. 지표투과레이더(GDR) 기법으로 달성토성의 지하 구조도 파악한다.

동물원 철거 후 달성토성 발굴조사와 유적 정비, 근현대 시설물 문화재 등록, 역사관 조성 등을 진행해 달성공원 일대를 역사공원으로 만들게 된다. 달성공원 안에 있는 이상화 시비, 국내 최초 어린이헌장 비석 등 다양한 역사적 시설과 달성토성을 연계하는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달성토성 주변은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모든 역사적 기록을 담은 장소이기 때문에 복원하고 개발할 이유가 충분하다”며 “대구를 더 잘 알 수 있는 다양한 시대의 유적, 유물들을 연계해 대구의 새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