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좋은 교회 건축은 화려하고 비싸게 지어진 교회가 아니고, 지역 커뮤니티가 잘 갖춰진 교회도 아니다. 또 교회의 상징성이 뛰어난 교회도 아니다. 화려한 교회는 지역 주민에게 반감을 산다. 지역 커뮤니티가 잘 갖춰졌더라도 운영을 못 해 애물단지가 된 경우도 많다. 좋은 교회 건축은 성도들이 편안하고 정감이 가고, 머물고 싶고, 또 오고 싶은 교회를 짓는 것이다.
이런 교회의 특징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잘 이룬다. 적정한 공간의 크기와 높이, 위치에 맞게 각 실의 용도를 구성한다. 명확하고 편리한 동선, 각 실의 채광과 주변을 향해 열려있는 경관 등 기본에 충실하다.
또 좋은 교회 건축은 설계자나 시공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교회 스스로가 만든다. 좋은 설계자를 선택하고 충분한 협의를 거쳐 교회의 생각을 설계에 반영한다. 그동안 교회를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 개선해야 할 점 등은 누구보다도 교회가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유의해야 할 점은 설계는 전문가에게 맡기라는 것이다. 간혹 설계자를 선정하고 설계자를 대신해 교회가 직접 설계하는 때도 있다. 그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건축가는 전문가이기에 많은 종합적 건축지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건축설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균형(Balance)이다.
건축가는 설계를 할 때 각 실의 크기, 공용 공간의 크기, 적정한 수직 동선체계, 공사비를 많이 들여야 할 곳, 공사비를 덜 들여야 할 곳 등 세심하게 고려한다. 그런데 교회가 직접 설계를 하면 이런 부분을 흐트러지게 한다. 이것은 교회의 부담이 된다. 교회는 요구조건을 건축가에게 전하고 그에 맞는 설계를 받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성공한 교회 건축은 건축가를 존중하고 믿어줬을 때 탄생한다.
이런 관점에서 설계비도 아끼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설계비는 전체 공사비의 5%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설계가 전체 공사를 결정한다. 공사비도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교회 건축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평당 공사비가 얼마냐는 것이다. 그럴 때 건축가로서 대답하기 무척 난감하다. 공사비는 설계를 모두 마치고 내역서를 작성해봐야 알 수 있다. 이럴 때 나는 “건축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당 공사비가 달라집니다”라고 말씀드린다.
실제로도 그렇다. 가끔 건설사업관리(CM) 회사에서 공사비를 절감해준다고 교회들을 현혹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CM이 하는 공사비 절감은 재료의 수준을 낮추고, 전체적으로 교회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은 엄밀하게 말해서 공사비를 절감하는 것이 아니다.
공사비는 설계 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이며 적정한 공법과 재료, 시스템 등을 선정하고 거기에 맞춰 디자인하고 공사비를 들여야 할 곳은 들이고, 아낄 곳은 아껴서 품질은 유지하면서 공사비를 절감한다.
이 모든 것이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은 설계비로 좋은 설계를 바라는 것은 설계자에게 은혜를 구하는 것과 같다. 은혜는 하나님께 구하는 것이지 설계자에게 구하는 것이 아니다.
요구하는 정당한 가격을 주고 “더 드려야 하는데 교회 사정상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 혹, 손해나지는 않았습니까?”라고 묻는 것이 교회 본연의 자세가 아닐까.
정리=전병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