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국민의힘’이라는 새 간판을 걸게 됐다. 통합당은 31일 국민 공모와 당내 의견 수렴을 거쳐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에서 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꾼 지 6개월 만의 당명 교체다. 새 당명에는 강경보수 색깔을 들어내고 중도 지지층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국민의힘은 1일 상임전국위원회와 2일 전국위원회를 거쳐야 새 당명으로 확정될 수 있지만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통합당 관계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념색 없는 당명을 원했다”면서 “당초 ‘한국당’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는데 국민 공모 결과가 나온 뒤 국민의힘과 국민과함께 등이 새로 검토됐다”고 말했다. 지난 13~21일 당명 공모에 접수된 1만6941건 중 3328건으로 가장 많이 제시된 단어인 ‘국민’을 조합해 새 당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라는 의미가 새 당명에 있다고 설명했다. 영문명은 ‘피플스파워(People’s Power)’다. 통합당은 약칭 없이 국민의힘으로 부르기로 했다.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선 ‘한국의당’ ‘위하다’ 등 3개 당명안을 놓고 최종 검토에 들어가 국민의힘이 선택됐다. 한국의당은 과거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다는 뉘앙스가 문제였다. 위하다의 경우 자칫 ‘○○을 위하다’ 식의 네티즌 작명이 쏟아지면서 놀림거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무난하다. 헌법 가치에도 잘 부합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선 “당명이 국민의힘당이냐” “좌파단체 이름” 등 반대 의견도 나왔지만 대안을 찾지는 못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합당이 국민들과 괴리된 모습을 보였는데 앞으로는 국민의 힘을 함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김태흠 의원은 온라인 의총으로 당명 개정안을 논의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 “당 비대위가 당을 희화화, 퇴보시키고 있다. 국민의힘은 포괄적이고 지나치게 추상적”이라고 주장했다. ‘4선 연임 금지’를 명시한 정강·정책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도 나왔다.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통합당은 1일 온라인 의원총회를 한 차례 더 열어 논의키로 했다. 다만 당 관계자는 “의원총회에서 반대 의견이 과반 이상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은 과거 진보 진영에서 사용했던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년 전 결성했던 우리의 시민단체 ‘국민의힘’이 통합당의 새 당명으로 거론되는 것은 심히 유감”이라며 “국민의 힘에 의해 탄핵당한 세력들이 국민의 힘을 당명으로 사용하는 코미디가 어디 있느냐”고 비난했다.
통합당은 위기 때마다 당 쇄신을 위해 당명을 바꿔 왔다.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은 1996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 이후 신한국당으로 개명됐다. 신한국당은 9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통합하면서 한나라당으로 바뀌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새누리당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태 국면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바뀌었다. 자유한국당은 올해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으로 간판을 교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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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이상헌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