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탄전’ 감찰 정진기 서울고검 부장 사의… 줄사표 이어질 듯

입력 2020-09-01 04:07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여 논란이 된 정진웅(52·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을 감찰하던 정진기(52·27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이 사의를 표했다. 그는 지난 27일 추미애 장관 이후 단행된 두 번째 인사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법조계에선 중간간부 인사 이후 ‘항의성’ 줄사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감찰부장은 31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직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제 제 일신상의 사유로 검사의 직을 내려놓고자 합니다”라고 썼다. 그는 중간간부 인사 발표 직후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감찰부장은 ‘모든 현상의 실상을 정확히 봐야 바른 견해가 나온다’는 옛 경전 구절을 인용하며 ‘치밀한 증거수집’과 ‘올바른 법리 적용’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검찰이 어떠한 사안이라도 치밀한 증거수집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한 후 올바른 법리를 적용해 사안에 맞는 결론을 내려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고 피해를 입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정 감찰부장이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과 관련해 ‘독직폭행’ ‘증거수집 위법성’ 등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장성훈(48·31기)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1부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2018년 ‘드루킹 특검팀’에 파견돼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에 대한 수사를 벌였던 그는 이번 인사에서 고양지청 인권감독관으로 보직을 발령받았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나가게 돼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나가서도 검찰을 응원하겠다”고 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수사했던 최기식(51·27기) 서울고검 송무부장도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밖에도 법무부의 검찰 중간간부 및 평검사 인사를 전후로 사의를 표하는 검사들이 늘고 있다. 김우석(46·31기) 정읍지청장, 정순신(54·27기)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 신승희(49·30기) 인천지검 형사2부장 등도 중간간부 인사 이후 사직서를 제출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실제 부임지로 출근하는 오는 3일을 전후로 추가 사표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직제개편 등에 목소리를 낸 검사들이 대거 좌천성 인사안을 받아들면서 정권 줄세우기식 인사가 단행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추가 사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