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VS 김종인 ‘중원 장악’ 힘겨루기… 9월 정기국회 격돌

입력 2020-09-01 00:13

더불어민주당이 이낙연 대표 체제로 정비를 끝내면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중원 장악’ 힘겨루기가 막을 올렸다. 극우와 결별하고 중도 진영에 새 영토를 마련하려는 김 위원장, 국난 극복을 넘어 대권을 겨냥하고 있는 이 대표는 9월 정기국회를 시작으로 중도층 공략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선수(先手)는 김 위원장이 쳤다. 김 위원장은 광주 5·18민주묘지 무릎 사과로 호남 민심을 다독이는 한편 기본소득 도입, 민주화·산업화 병기 등 정강·정책 변경에도 나섰다. 당내 맹렬 지지층과 거리를 두고 중도층 흡수를 위한 전략적 변화다. 민주당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지도부 의원은 31일 “통합당의 변경된 정강·정책을 모두 읽어봤다”며 “상당히 중도 지향적인 선언이고, 실질적으로도 우리 당과 동일하게 여겨질 정도의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께서 추진하고 있는 일이 잘하시는 일 같다. 정강·정책의 중도화, 일부에서는 좌클릭이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정강·정책과 거리가 가까워지고 겹치는 것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면 협의 가능한 것을 추진해 입법화하면 되고, 그게 진정한 협치”라고 덧붙였다.

대권을 겨냥하고 있는 이 대표 입장에서도 중도 확장은 필수적이다. 8·29 전당대회에서 60.77%의 압도적 득표율로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지지를 확인한 만큼 대권 도전을 위한 남은 과제는 중도층 흡수다. 이 대표는 8·29 전당대회 당대표 수락연설에서도 국민의 5대 명령 중 하나로 통합의 정치를 꼽은 바 있다.

이 대표는 간담회에서 친문 지지층 탓에 당 내 언로가 막혔다는 지적에 대해 “전당대회 후보자들의 득표율을 보면 권리당원과 일반 여론조사 투표율이 비슷하다”며 “누가 억누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된다는 반성 기조 속에서 절제 분위기가 많이 형성된 것”이라고 감싸안았다.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지지층의 결속이 필요한 만큼 진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의 힘겨루기 1라운드는 9월 정기국회에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당은 기본소득 도입이나 상가임대차 보호 등 동일한 내용을 각각 발의한 법안이 상당하다. 따라서 어느 당의 법안을 통과시키느냐에 따라 중도 선명성 강화를 위한 기선 제압의 성패가 갈리게 된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은 30일 전화 통화에 이어 정기국회가 열리는 1일 이 대표의 취임 인사를 겸해 첫 회동을 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의 쇄신안에 대한 지지 의사와 함께 민생 입법 협조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개원 국회부터 시작해 여야 대치가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새로 선출된 민주당 지도부는 원만한 여야 관계를 이끌어가는 데 더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준구 양민철 박재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