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미세먼지나 바이러스 확산 등의 사태에 대비하는 주거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주거환경에 ‘언택트’ 문화와 살균 시스템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관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퍼지면서 공동주택 거주자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60대 주부 A씨는 지난달 서울 구로구 아파트에서 입주민 20여명이 집단감염된 사례가 알려진 후 지인들로부터 우려 섞인 연락을 받았다. A씨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사 기간 중으로도 퍼진다는데 복도식 아파트는 위험할 것 같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별 근거가 없는 걱정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복도를 오가는 사람들의 기침 소리만 들어도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처럼 공동주택 거주자들이 위생, 안전, 실내 공사 질 등에 대해 경각심을 높이는 점을 고려해 새로운 주거형태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자사 아파트 브랜드 롯데캐슬에 적용할 포스트 코로나 인테리어 스타일 ‘AZIT 3.0’을 공개했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어, 곰팡이 제거 기능이 도입된 의류관리기와 살균기, 수납장을 도입했다. 현관 천장에는 에어샤워기, 신발장에는 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진공 청소 툴셋을 적용했다. 헤파 필터가 장착된 전열 교환기는 방마다 있다. SK건설도 바이러스와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클린 케어 평면을 새로 개발했다. 가구 현관에 중문과 신발 살균기를 설치하고, 거실로 향하는 중문 외 별도의 공간인 클린 케어룸을 조성해 동선을 분리했다. 클린케어룸엔 SK건설이 개발한 UV LED 모듈 제균 환풍기와 의류관리기 등이 놓인다.
건설업계가 인테리어 설계, 평면 구성 등을 손보고 나선 것은 코로나 사태가 예상보다 더 길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초기 건설업계는 청약·홍보 과정에서 접촉을 줄이는 데 집중됐다.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가 몰리는 견본주택을 대체하기 위해 사이버 견본주택을 발 빠르게 도입했다. 청약 등의 거대 이벤트도 유튜브 공간을 활용했다. 대림산업은 지난 5월 ‘로또 청약’으로 유명해진 서울 성동구 고가 아파트 서울 아크로 포레스트의 무순위 청약 당첨자 발표를 유튜브 공간에서 진행했다. 코로나 사태로 자칫 청약 절차와 브랜드 홍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유튜브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일상이 되면서 더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해졌다. 재택근무와 온라인학습에 대비한 평면 변화가 그 예다. 롯데건설은 AZIT3.0에 안방과 연계된 드레스룸에 책상과 책꽂이형 선반으로 구성된 시스템 가구를 도입해 업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파트 내 업무공간을 도입한 경우는 이 밖에도 많다. 대림산업은 ‘e편한세상 김포 어반베뉴’에 재택근무가 필요한 입주민들과 학생들을 고려한 공유 오피스겸 스터디룸을 입주시킬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준공한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코로나19 사태 확산과 재택근무가 활발해지면서 커뮤니티 시설에 업무지원 공유시설인 프라이빗 오피스를 갖췄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대응 설비가 감염 사태의 종식 여부와 상관없이 한동안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주거 공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한 번 높아진 이상 업계도 소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관련 설비를 계속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