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대통령·교계 지도자 간담회 충돌? 코로나 방역 협력에 찬물

입력 2020-09-01 00:20
문재인 대통령과 교계 지도자 16인이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를 시작으로 한 교회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고 있던 터라 어떤 얘기들이 오갈지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참석자들을 통해 그날의 분위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서로 얘기에 경청하고 소통하는 시간이었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간담회 직후 쏟아진 언론 보도는 이런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날 선 공방’ ‘충돌’ 등의 제목으로 나오는 보도들을 보면서 문 대통령과 교계 지도자 간에 설전이 오갔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교계 지도자들은 당혹스러워했습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육순종 총회장은 “대통령과 개신교 지도자들의 만남에 대해 여러 말이 나온다”며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느꼈는데 언론에 비친 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아쉬워했습니다.

소강석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 상임고문은 “언론 기사를 보니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면이 있다”며 “문 대통령이 기독교에 대한 감사의 말도 전했다. 그런 내용을 균형 있게 써줬으면 좋을 텐데 너무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간담회에서는 참석자 모두 한마디씩 했다고 합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중 4명은 각기 표현은 달랐지만, 전 목사와 관련해 교회가 확진의 중심에 있는 것에 사과하고 방역 방해행위 및 가짜 뉴스에 엄정한 대응을 권유했다고 합니다. 국민과 문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말한 교계 지도자도 4명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잘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육 총회장이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의 모두발언 후 다른 대화를 비공개로 하기로 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고 할 만합니다. 시간을 두고 간담회의 전체적 분위기, 참석자들의 개별 발언 등을 녹여 보도하면 좋았겠지만, 언론의 속보 경쟁 체제에서 공개된 모두발언만 갖고 많은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물론 모두발언에서도 교계의 사과나 방역에 대한 제안의 말보단 ‘교회를 영업장 취급하지 마라’와 같은 말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언론은 공정하고 균형이 있는 보도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51:49로 섞여 있어도 뉴스로 다룰 때 그 비율대로 반영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간담회 참석자들의 반응을 볼 때 결과적으로 언론이 양측의 대립, 갈등을 부추겨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협력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습니다.

황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