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군 서열 1위인 합동참모본부의장에 원인철(공사 32기·사진) 공군참모총장을 내정했다. 서욱(육사 41기) 국방부 장관 후보자보다 1년 선배 기수를 합참의장에 지명한 것이다. 기수·육군 중심의 인사 관행을 깨려는 의중이 다시 한번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 후보자와 함께 대표적인 ‘작전통’으로 꼽히는 원 후보자를 전격 발탁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추진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31일 전략적 식견과 작전 지휘 능력이 탁월하고 국방개혁, 전작권 전환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구비해 원 후보자가 합참의장 내정자로 선발됐다고 밝혔다.
원 후보자는 “중차대한 시기에 합참의장에 내정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통령님의 통수지침과 장관님의 지휘 의도를 받들어 육·해·공군, 해병대의 합동성과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확고한 군사 대비태세를 확립하고 ‘국방개혁2.0’과 전작권 전환 등 주요 국방 과제를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원 후보자는 강원도 원주 출신으로 공사를 졸업한 뒤 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했다. 2010년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해 처음 별을 달았다. 원 후보자의 아들 역시 공사 출신으로 F-15K를 몰고 있다.
원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합참의장이 국방부 장관보다 기수가 높은 상황이 21년 만에 연출된다. 원 후보자는 서 후보자보다 한 해 앞선 1980년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육군사관학교 40기와 동기로 묶인다. 아울러 정경두 국방장관에 이어 문재인정부 두 번째 공군 출신 합참의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군 안팎에선 기수·육군 중심의 인사 관행을 탈피해 쇄신을 추구해온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이번 인사에도 적용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 소식통은 “기수 파괴와 육·해·공군 간 균형 추구는 현 정부의 인사 기조인데, 이번에도 그대로 반영됐다”며 “기수와 출신에 관계없이 자격을 갖춘 사람을 주요 보직에 임명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 자리에 최고참 기수를 앉혀 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포석이 깔렸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작권 전환에 무게를 둔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원 후보자는 합참차장, 합참 군사지원본부장, 공군작전사령관 등 작전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 작전통이다. 특히 주한 미 공군과의 소통 능력이 탁월해 공군의 연합작전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에 따라 한·미 연합 합동작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서 후보자와 호흡을 맞춰 전작권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1월 한·미안보협의회(SCM)에 앞서 두 사람을 동시 기용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