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다한 재난지원금 “큰 식당들도 손님 고작 한 테이블”

입력 2020-09-01 00:08

4개월 전 서울 성북구에 김치찜 전문 식당을 오픈한 한모 사장은 지난 30일 손님을 3명밖에 받지 못했다. 이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된 첫날이었다. 한씨는 “저녁때 보니 근처 다른 큰 식당들도 한 테이블 정도 손님이 있더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소비 위축이 현실화되면서 정부가 다소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소비활동의 증감은 경제 성장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2.2% 떨어질 수 있다는 당초 전망치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 시점에 가정한 수치다. 그런데 수도권 지역이 거리두기 2.5단계로 전격 전환되면서 기존 전망치보다 밑돌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3단계 격상을 가정할 경우 -3%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통계청의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심지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전에도 소비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하고 있다.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6.0% 감소, 국내에 코로나가 본격 확산된 지난 2월(-6.0%)과 감소 폭이 같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소매판매는 2~3월의 경우 전월 대비 감소했다. 하지만 4월 들어 5.3%로 반등에 성공한 뒤 3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5월부터 14조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소매판매 증가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재난지원금 효과가 끝나자 지난 7월부터 상승세가 꺾였다. 정부는 재난지원금 수령자들이 5~6월 재난지원금의 90%를 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시행한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도 지난 7월부터 혜택이 축소됐다. 여러 가지 정책이 종료되면서 소비 심리가 또 추락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8월 중순 들어 거리두기 2단계에 이어 2.5단계까지 진행되면서 소비 악화 기조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2단계와 3단계 사이에 서 있는 이번 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분석실장은 31일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는 일주일 동안 코로나19 확진자 수 추이가 향후 성장률의 향방을 가르는 잣대가 될 것”이라며 “다음 주 정도 추이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 실장은 확진자 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될 경우 당초 한은의 기본 전망치(-1.3%)의 범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거리두기 2.5단계 영향에 따른 3, 4분기 성장률 변화도 중요하다. 한은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 -1.3%, -2.2%는 올해 3, 4분기에 각각 직전 분기 대비 평균 1% 중반, 0%대 성장을 전제한 수치다. 만약 각 분기 성장률이 1.5%일 경우 연간 성장률은 -1.23%로, 한은의 기본 전망치에 가깝다. 이에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거리두기 강화 조치에 따른 소비 위축이 두드러지거나 행여 3단계로 격상될 경우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재난지원금 같은 소비 진작책보다는 감염확산 예방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유럽 국가들이 앞서 겪었듯이 한국도 3단계 거리두기에 돌입하면 소비가 무너지고, 투자 회복도 어려워진다”면서 “2단계 거리두기 단계에서 코로나 확산을 막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경제 정책”이라고 조언했다.

박재찬 기자, 세종=이종선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