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난지원금보다 더 실효성 있는 방안 고민해야

입력 2020-09-01 04:04
한국은행이 새로운 거시계량모형(BOK20)으로 추계한 결과 정부 이전지출의 재정승수(1차 연도 기준)가 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이전지출은 최근 2차 지급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긴급재난지원금처럼 민간에 직접 돈을 주는 것을 가리킨다. 쉽게 말하면 긴급재난지원금으로 1조원을 나눠주면 국내총생산(GDP)이 2000억원밖에 늘지 않는다는 얘기다. 3년간으로 분석해도 GDP는 3300억원 증가에 그쳤다.

반면에 정부가 인력을 채용하고 물건을 사들이는 정부 소비의 경우 재정승수는 0.85, 도로와 건물 등을 짓는 정부 투자의 승수는 0.64였다. 정부가 1조원어치 물건을 사거나 도로를 지으면 GDP가 6400억~8500억원가량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전지출 승수가 낮은 것은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소비를 하고, 본인이 원래 갖고 있던 돈은 쓰지 않는 ‘소비 대체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 이전지출의 승수가 이보다 더 낮다는 연구 결과도 적지 않다. 조세재정연구원의 우진희 부연구위원은 최근 ‘재정포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생계급여의 이전지출 승수를 0.1~0.12로 추계했다. 우 위원은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은 생계급여 수급자보다도 훨씬 대상이 많으므로 긴급재난금의 재정승수는 0.1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한다. 6월 반짝 증가했던 소비가 7월에 다시 가라앉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한 일부 정치인들은 경기가 가라앉기만 하면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을 들고나온다. 정부가 돈을 뿌리더라도 대상과 방법, 타이밍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경제학을 믿지 않는 것이다. 이들에게 정부 지출의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는 애초부터 중요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조삼모사’일지라도 돈을 직접 받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부각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