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디스크·척추협착·고관절염 신경부위 종양 등 원인 다양
요통과 달리 한쪽 다리에만 통증
장시간 운전자·고령자 등 발병
신경성형술 등 비수술치료 효과
요통과 달리 한쪽 다리에만 통증
장시간 운전자·고령자 등 발병
신경성형술 등 비수술치료 효과
주부 A씨(51)는 몇 년 전부터 허리와 다리에 저릿한 통증을 느끼곤 했다. 집안일을 많이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나면 어김없이 증상이 심해졌다. 통증은 허리부터 다리까지 하체 전체에 퍼졌다. 침 치료와 부항, 안마를 받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갱년기 탓이려니 하고 약도 먹어 봤지만 차도가 없었다. A씨를 수년간 괴롭힌 병은 ‘좌골신경통’이었다.
좌골은 골반을 구성하는 뼈다. 의자 또는 바닥에 앉을 때 닿는 부위다. 이 좌골을 지나는 신경다발이 좌골신경이다. 허리로부터 시작해 엉덩이, 다리로 뻗어있다. 허벅지 바깥부터 종아리, 발까지 대부분의 감각을 책임진다. 우리 몸의 신경 중 가장 굵고 길다.
이 좌골신경에 자극이나 압박, 손상, 염증이 생기면 신경의 지배를 받는 부위를 따라 통증이 나타난다. 허리 디스크, 척추 협착증, 척추 분리증, 요추불안정증, 좌골점액낭염, 고관절염 등 다양한 척추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좌골신경통의 90% 이상이 허리 디스크(4·5번 요추, 5번 요추와 1번 천추 사이)와 관련 있다. 신경 부위에 종양이 생겨도 통증이 찾아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좌골신경통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좌골신경통 환자 21만9767명, 좌골신경통을 동반한 요통 환자 79만284명을 합친 숫자다.
대한신경통증학회장인 고도일 병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31일 “좌골신경통은 살면서 한 번 이상 겪을 확률이 최대 40%에 달할 정도로 흔하다”면서 “60·70대 노년층에서 가장 많이 생기지만, 최근 의자에서 장시간 생활하는 ‘체어(chair)족’이 늘면서 30·40대, 학생, 사무직 등에서도 발생률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들거나 장시간 운전하는 사람에게도 자주 생긴다. 흡연이나 스트레스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남녀 발병 비율은 4대 6 정도로 여성이 높은 편이다.
좌골신경통은 허리 통증을 유발해 단순 요통과 혼동되기도 한다. 단순 요통은 통증이 허리에 국한된다. 좌골신경통은 이와 달리 허리부터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로 통증이 뻗친다. 다리 저림, 당김, 감각 마비 등이 함께 나타난다. 요통없이 다리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전체 좌골신경통 환자의 3분의 1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허리 문제로만 생각했다가 정밀검사를 받은 후에야 진짜 병명을 발견하곤 한다.
좌골신경통은 한쪽 다리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전형적이다. 특히 엉덩이에 지갑을 넣고 오래 앉아 있으면 한쪽 좌골에만 무게중심이 쏠려 뭉쳐진 근육이 신경을 압박해 한쪽 다리에 통증이 뚜렷이 나타난다. 고 병원장은 “한쪽 다리가 당기듯 저림, 하지 감각 둔화, 화끈거리고 시림, 다리에 힘이 빠지고 근력이 약해짐, 쪼그려 앉을 때 시원한 느낌 등이 대표적 증상”이라면서 “신경 압박이나 손상이 심할수록 다리에 힘이 빠지고 감각이 무뎌진다. 심각할 경우 배뇨장애, 반신마비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허리 디스크와는 통증이나 저림, 감각 마비 같은 증상이 비슷해 헷갈릴 수 있다. 차이점은 좌골신경통은 대개 통증이 한쪽에서만 느껴지는데, 디스크는 위치에 따라 양쪽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 전득수 교수는 “좌골신경통은 매우 날카로운 통증이 간헐적이거나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환자들은 아리거나 저린 증상 뿐 아니라 칼로 저미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기침할 때, 무거운 짐을 들 때, 배변할 때 통증이 더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엉덩이나 대퇴부에 통증이 생기기 때문에 근육통, 관절염, 혈관에 의한 통증 등으로 오인해 잘못된 치료법에 의존하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좌골신경통의 치료는 통증 원인을 찾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신경의 압박이나 자극이 허리 디스크 혹은 척추 협착증 등에 의한 것인지 척추 종양이나 염증, 허리·엉덩이 근육의 ‘과긴장’ 때문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결정해야 한다. 고 병원장은 “좌골신경통 환자 10명 가운데 7명은 충분히 휴식만 취해도 4주 내에 증상이 자연스럽게 좋아진다. 하지만 나머지 3명은 1년 이상 만성적인 통증을 겪을 수 있다”면서 “처음에는 통증 도수치료(맨손으로 뭉친 근육·조직을 풀어줌), 주사요법 등 간단한 방법으로도 충분히 개선이 가능한 만큼 정밀검사를 받고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권장된다”고 말했다.
디스크나 척추 협착증 등에 의해 좌골신경통이 생긴 경우에도 신경성형술, 풍선확장술 같은 비수술적 방법으로 충분히 치료 가능하다.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수술 척추 치료는 직경 1㎜의 초소형 시술 기구를 삽입할 최소한의 피부 절개만 있으면 가능하다. 흉터가 적고 주변 조직 손상이 거의 없어 수술 보다 회복이 빠르다. 대부분의 척추 질환에 적용 가능하다. 전신 마취가 필요하지 않아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에게도 부담이 적다.
고 병원장은 “‘척추 치료는 수술 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척추 수술이 가장 보편적이었지만 수술 후 통증 재발, 회복 지연 등의 한계점으로 환자들에게 부담이 컸다”면서 “2000년대 들어 수술받지 않고 척추병을 치료하는 방법이 널리 보급돼 환자 부담이 크게 덜어졌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