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랑의교회 교인 30% 광화문 집회발 확진… n차 감염 우려

입력 2020-08-31 04:02

광주에 이어 대구에서도 지역교회의 광화문 집회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광화문 집회에 참석한 뒤 지역교회에 돌아와 예배를 보다 집단감염이 되는 양상이 전국으로 퍼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30일 대구시에 따르면 동구 사랑의교회 교인 2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앞서 확진된 5명을 포함하면 전체 교인 103명 중 34명이 감염됐다. 교인의 30%가량이 감염된 것이다.

이 교회 첫 확진자는 지난 28일 발생했다. 중학생 A군이 부모와 함께 8·15 광화문 집회에 다녀온 뒤 확진된 것이다. 연이어 A군의 부모 등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시는 한 교회에서 5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교인 전수조사를 벌였고 추가로 2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조사 결과 교인 절반가량이 광화문 집회에 전세버스를 타고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버스를 탔던 사람은 46명으로 이 중 3명을 빼고 나머지 전부 이 교회 교인이었다. 확진자 34명 가운데 집회 참석자는 22명이다. 이 중 21명은 26일 이전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다.

사랑의교회는 지난 23일(일요일)과 26일(수요일) 대면예배를 열었다. 당시 대구시는 집회 참석자들에 대한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내렸고, 대면예배 자제, 자가격리 등을 권고했다. 하지만 권고사항이라 강제성이 없었다. 때문에 진단검사 후 음성이 나온 집회 참석 교인들은 그대로 예배에 참석했다.

대구 경북대병원 의료진이 30일 응급실 앞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감압병상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 당국은 음성 판정 후 양성이 나온 교인들은 A군과 함께 예배를 본 게 감염의 이유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교인들이 검사할 당시 잠복기 등의 이유로 양성이 나오지 않았을 개연성도 충분하다. 정확한 이유는 역학조사가 더 진행돼야 알 수 있겠지만 광화문 집회 참석 후 대면예배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의 연결고리가 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방역 당국은 이 교회 교인들에 의한 n차 감염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가족과 지인, 학교, 직장 등 모든 동선이 감염경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교인이 주인인 인근 식당에서 교회 소모임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주민과의 접촉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교회가 주택가 상가건물에 있어 교인들이 오가며 다른 주민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구시는 교인들의 동선 파악 등 역학조사에 총력을 쏟고 있다.

대구시는 사랑의교회에 대해 집합금지 조치를 내렸다. 부실하게 예배 명부를 관리하는 등 방역수칙을 위반한 혐의로 사랑의교회 목사를 고발키로 했다. 행정명령 기한을 넘겨 검사받고 확진된 A군에 대해선 법적용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광화문 집회 관련 누적 확진자는 전국적으로 369명에 이른다. 서울 경기 충북 광주 대구 등지의 일부 교회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지역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 것이다. 서울 중랑구 소재 녹색병원 등 교회가 아닌 다른 시설로도 퍼졌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코로나19 전파속도가 둔화되지 않고 새로운 집단 발생으로 이어져 최후의 방어선인 의료기관과 요양시설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시대에 연대하는 방법은 모두가 흩어지는 것이고 사람 간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김영선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