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별(24)이 헤지스골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오픈 초대 우승자로 등극했다. 마지막 날 8타를 줄인 ‘몰아치기’로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한 뒤 투어 2년차 동기 이재경(21)과 연장 접전을 펼친 끝에 생애 첫 승을 신고했다.
김한별은 30일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 골프클럽(파72·7209야드)에서 열린 2020시즌 KPGA 코리안투어 헤지스골프 KPGA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8개 쓸어 담고 8언더파 64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는 21언더파 267타. 노보기로 버디 7개를 잡은 기존 선두 이재경과 동타로 정규 라운드를 마친 뒤 18번 홀(파5)에서 이어진 연장 1차전에서 버디를 잡고 우승을 확정했다. 김한별이 처음으로 거머쥔 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김한별은 아마추어 시절에 각광을 받았다. 만 19세였던 2015년에 한국 골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차출됐다. 상비군 마지막 해인 2018년에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제61회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공동 16위에 올라 기대를 받았고, 그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5위로 통과해 2019시즌 코리안투어로 입성했다.
화려하진 않아도 꾸준한 경기력으로 생명력을 다져왔다. 지난해 출전한 13개 대회에서 11차례 컷오프라인을 통과하면서 1억원 이상의 상금을 모았다. 비교적 성공적인 데뷔 시즌이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우승은 번번이 김한별의 손에 닿지 않았다. 이번 대회 우승 전까지 김한별의 최고 성적은 지난 7월 KPGA오픈에서 차지한 공동 2위가 전부였다.
김한별과 같은 해에 코리안투어로 데뷔한 동기 이재경과는 다소 동떨어진 행보다. 이재경은 데뷔 시즌인 지난해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수확해 그해 명출상(신인상)을 차지했다. 김한별은 이재경에게 집중된 스포트라이트로 드러나지 못했다.
반면 이날은 달랐다. 김한별은 공동 선두 이재경·함정우(26)를 1타 차이로 추격한 공동 3위에서 최종 4라운드를 출발했다. 전반부 9개 홀에서 2번·7번 홀(이상 파4)을 제외한 7개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이재경을 추월했다. 이 틈에 함정우는 2번 홀 보기를 만회하지 못해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김한별에게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을 뺏긴 이재경의 뒷심도 만만치 않았다. 김한별이 파 행진을 계속하던 라운드 종반에 이재경은 버디 2개를 잡고 추격에 성공했다. 결국 김한별과 이재경의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연장전 희비는 세컨드샷에서 엇갈렸다. 김한별은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치우치게 떨어뜨린 공을 세컨드샷에서 홀컵에 가까이 붙여 기사회생했다. 티샷을 페어웨이 중앙에 올려 유리한 위치를 점했던 이재경은 정작 세컨드샷 실수로 어려운 퍼트를 자초했다. 먼저 친 이재경의 퍼트는 홀컵을 지나갔고, 김한별은 버디를 잡고 우승을 확정했다.
김한별은 경기를 마친 뒤 “첫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을 이루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