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의사 파업 사태를 조사하면서 딜레마에 빠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상대로 강도 높은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파업의 주체로 떠오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를 조사하는 데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 26~27일 이틀 동안 의협 사무실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공정위는 의사 파업 사태가 있을 때마다 사업자단체 위반혐의로 의협을 조사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를 했다. 이번에도 보건복지부는 집단휴진으로 개별 의사들의 활동이 부당하게 제한됐다며 의협을 신고했고, 공정위는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2000년과 2014년 의사 파업과 이번 파업 사태는 다른 진행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파업 때는 의약분업 등의 이유로 의협이 앞장섰지만 이번 사태는 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되면서 전공의들이 적극적으로 파업에 임하고 있다. 지난 27일 기준 복지부가 수련기관 200곳의 근무 현황을 점검한 결과 전공의 8825명 중 68.8%에 해당하는 6070명이 파업에 참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협 중간 취합 결과를 봐도 76% 상당의 전공의가 사직 의사를 표시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전공의들의 적극적인 파업행위가 대전협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현행 공정거래법이 의협 같은 사업자단체에만 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공의들은 개원의들과 달리 대부분 대형 병원에서 월급을 받고 있어 사업자보다는 근로자 성격이 짙다. 근로자들의 협의회인 만큼 대전협은 사업자단체보다는 노조의 성격이 더 강하다. 그렇다고 대전협을 놔두자니 공정위 내에서는 이번 조사가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정위는 전공의들이 근로자라는 명확한 법적지위를 갖고 있다고 보지 않고 직접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직접 조사가 여의치 않을 경우 의협 조사의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방침도 세웠다. 공정위 관계자는 30일 “전공의들이 명백한 근로자라는 판례는 없다”고 말했다.
▶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