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평양방송 유튜브 계정을 통해 송출했던 난수 방송은 국내 우파성향 청년단체인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가 지난해 올렸던 가짜 영상(사진)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무슨 의도로 가짜 난수 방송을 유튜브 계정에 올렸는지는 미지수다.
북한 대외 라디오매체 평양방송은 지난 29일 오전 유튜브 계정에 ‘0100011001-001’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 아나운서는 1분5초가량의 동영상에서 “지금부터 710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정보기술 기초복습 과제를 알려드리겠습니다”며 “564페이지 23번, 479페이지 -19번, 694페이지 20번…” 등 숫자를 읽어 내려갔다. 이 영상은 1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7시 돌연 삭제됐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이 방송 내용은 전대협이 1년여 전인 지난해 7월 9일 ‘라디오를 틀면 나오는 음산하고 이상한 소리가?…전대협에서 보내는 난수 방송’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 계정에 올린 동영상과 같은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김수현 전대협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베스트셀러 100위에 포함된 책을 토대로 난수 방송을 만든 것”이라며 “방송내용은 당시 진행하던 프로젝트 내용과 장소·시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전대협은 1987년 결성됐다가 해체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와 같은 이름을 사용하지만 해당 단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평양방송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영상을 놓고 한때 북한이 남파공작원 지령을 유튜브로 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북한이 유튜브를 통해 난수 방송을 송출한 것은 처음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전대협이 만든 가짜 난수 방송과 내용이 같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공작원에게 지령을 내릴 목적으로 이 방송을 송출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평양방송이 이 영상을 왜 게시했는지 그리고 의도는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평양방송은 난수 방송 영상을 올린 직후 다른 두 영상을 추가로 올렸지만 곧 영상 3편을 모두 삭제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