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 끝판왕’ 임대차3법… 정부, 이제 와서 “임대·임차인 협의하라”

입력 2020-08-31 04:09

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 명목으로 내놓은 23번의 대책은 결과적으로 되레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터지는 ‘풍선 효과’가 계속되면서 정부는 더 강한 추가 대책을, 시장은 더 왜곡된 틈새를 찾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시장이 백기를 들 때까지 정부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정책이 시장을 이겼다는 시그널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국 악순환의 고리가 발생하고 있다. 시장이 사각지대를 찾으면 정부는 이를 막는 또 다른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땜질 정책은 지난달 국회를 빠르게 통과한 ‘임대차 3법’이다. 정부는 시장 혼란이 계속되자 해설집까지 배포한 상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임대료를 5%까지 올릴 수 있는지, 계약 갱신을 어떻게 거절할 수 있는지 등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임대차 3법은 임대료를 기존 액수의 5% 이내에서 인상할 수 있다. 그런데 세입자 동의 여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세입자가 동의를 하지 않으면 집주인이 분쟁위원회, 소송 등을 통해 증액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집주인들은 이 같은 절차가 까다로워 사실상 세입자 동의 없이 임대료 증액이 불가능하다고 반발 중이다.

이를 두고 정부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의를 하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반면 집주인과 세입자는 서로를 믿지 못하면서 전월세 가격만 폭등하고 있다. 세종시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설익은 정책을 시행한 후 시장이 알아서 적응하라는 것”이라며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을 중개업자도 조정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받는 정부는 그러나 힘 과시에는 여념이 없다. 정부가 세우려 하는 부동산 감독기구는 시장 통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사인 간 거래를 들여다보고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 팽배한 상태다. 또 부동산 감독기구가 국세청의 탈세 적발, 금융감독원의 대출 감시, 검찰의 사법 처리 기능을 모두 갖는 무소불위의 기구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부동산 문제 장기적 해법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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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1
▶②
▶②-1
▶②-2
▶③
▶③-1
▶③-2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