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2명 병원 헤매다 사망… 진료 공백 심화

입력 2020-08-29 04:03
사진=연합뉴스

의사 파업 상황에서 응급환자 2명이 의사를 찾지 못하거나 골든타임을 놓쳐 목숨을 잃었다. 28일 오전 5시쯤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30대 A씨가 심정지로 쓰러졌다는 신고가 119구급대에 접수됐다. 출동한 구급대원은 심폐소생술을 하며 관내 병원 4곳에 병상 확보를 요청했으나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A씨는 30분 뒤 경기도 양주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부산에서는 40대 남성 B씨가 응급치료 시기를 놓쳤다. 26일 오후 11시쯤 음주단속에 적발된 B씨는 경찰서로 가는 과정에서 약물을 마신 뒤 쓰러졌다. 구급대원은 인근 병원 10여곳에 이송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치료 인력이 없다”는 답을 거듭해 들어야 했다. B씨는 3시간이 지난 뒤 울산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지만 다음날 오후 사망했다.

대형 병원의 진료 공백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측은 “31일부터 외래진료와 시술 등을 축소하고 입원환자 진료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교수들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외래 진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28일 전체의 6.5%인 241곳이 휴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의사단체의 갈등은 ‘강대강’ 대치를 거듭하며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업무개시명령에 불복한 의사들을 정부가 경찰에 고발하자 대한의사협회는 무기한 투쟁을 거론하며 강력 반발했다. 진료 공백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경찰청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전 10시를 기해 전공의와 전임의 업무개시명령을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명령에 불복한 의사들을 고발하는 강경책도 꺼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26일 수도권 수련병원 20곳에 대한 현장조사에서 전공의 358명이 적발됐지만 다음날 77명이 환자 곁으로 돌아왔다. 복귀하지 않는 281명에게는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지방경찰청에 명령 불복 의사 10명을 고발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고발로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가 더 어려워졌다. 법적 문제제기를 하려면 내게 하라”고 말했다. 의협은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 회의를 열어 향후 투쟁방향을 논의하기로 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