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29 전당대회를 끝으로 2년 임기를 마치며 30여년 정치인생을 마무리한다. 국회의원 7선에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그는 누구보다 ‘힘 센’ 당대표이자 전임 추미애 대표에 이어 임기를 채운 두 번째 당대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성공을 위해 정치적 감각과 사심 없는 정치로 민주당의 총선 압승을 이끌었다는 공과 함께 당내 언로 차단과 대여 및 대언론 관계에서의 경직성 등은 과로 꼽힌다.
이 대표는 4·15 총선 판도를 흔들 만한 위협적인 파고를 관리하며 180석 압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성과를 거뒀다. 민주당 한 의원은 “집권 여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정국 이슈를 잘 관리하고 돌파해야 한다”며 “이 대표가 국정 운영 경험이 두터운 당대표여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봉주 전 의원 공천을 놓고 ‘젠더 이슈’가 부상할 당시 조기에 공천 배제로 정리한 것, 코로나19와 경제실정론 등이 불거질 때 당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점 등을 열거했다.
민주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당에선 “이해찬 대표여서 가능했다” “이해찬 대표가 아니었다면 어쩔 뻔했느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해 조국 사태나 윤미향 사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 정국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원팀’을 앞세우고 군기반장을 자처하며 중심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당·청 관계를 긴밀히 잘 유지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노무현정부 때 국무총리를 지낸 이 대표는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깊은 신뢰 관계를 갖고 있다는 평이다.
총선 1년 전 공천 시스템을 완성해 계파 간 잡음 없는 선거를 치렀다는 것도 높이 평가받는 부분이다. ‘친문(친문재인) 공천’ 논란이 조기에 일자 공천 단계에서 경선 표기 시 전현직 대통령 이름을 사용 못 하도록 결정을 내리며 논란을 사전에 차단했다. 공천을 둘러싼 당내 반발이나 잡음도 어느 때보다 적었다. 이 대표 측근들이 대거 탈락했지만 끝까지 공천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 점도 높이 평가받는 지점이다.
다만 독선적인 리더십으로 당내 민주성이 잘 보장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크다. 당내 소수 의견에 지나치게 인색했다는 불만도 존재한다. 거침없는 설화로 자주 구설에 오른 것은 이 대표의 단점으로 꼽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4일 이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이유로 민주당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장애인 인권 교육을 하라는 취지의 권고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를 마무리한 뒤 세종 집과 여의도에 마련한 개인 사무실을 오가며 회고록 집필 작업에 몰두할 예정이다. 2022년 출간이 목표다. 현실 정치권과 일단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주요 정치적 국면마다 측근 정치인들을 통한 그의 입김이 적잖게 작동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비유하자면 이제 현역에서 예비역이 된 것”이라며 “본인이 직접 정치 현장에서 뛰지는 않아도 선거나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 당 상임고문으로서 자문에 응하는 역할 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28일 오후 진행할 예정이던 이 대표 퇴임 기자간담회는 온택트 방식으로 전환됐다. 민주당 취재기자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에 따라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된 이 대표는 당 인터넷 홈페이지에 당원들을 향한 마지막 서면 메시지를 남길 예정이다. 이 대표의 작별사에는 감사 인사와 위기 극복을 향한 의지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