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이해찬… ‘독선적’ 비판 딛고 고비마다 정국 장악한 리더

입력 2020-08-28 00:12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영등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전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취재했던 사진기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같은 장소에 있었던 이 대표도 검사 대상이 됐다.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29 전당대회를 끝으로 2년 임기를 마치며 30여년 정치인생을 마무리한다. 국회의원 7선에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그는 누구보다 ‘힘 센’ 당대표이자 전임 추미애 대표에 이어 임기를 채운 두 번째 당대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성공을 위해 정치적 감각과 사심 없는 정치로 민주당의 총선 압승을 이끌었다는 공과 함께 당내 언로 차단과 대여 및 대언론 관계에서의 경직성 등은 과로 꼽힌다.

이 대표는 4·15 총선 판도를 흔들 만한 위협적인 파고를 관리하며 180석 압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성과를 거뒀다. 민주당 한 의원은 “집권 여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정국 이슈를 잘 관리하고 돌파해야 한다”며 “이 대표가 국정 운영 경험이 두터운 당대표여서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봉주 전 의원 공천을 놓고 ‘젠더 이슈’가 부상할 당시 조기에 공천 배제로 정리한 것, 코로나19와 경제실정론 등이 불거질 때 당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점 등을 열거했다.

민주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당에선 “이해찬 대표여서 가능했다” “이해찬 대표가 아니었다면 어쩔 뻔했느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해 조국 사태나 윤미향 사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 정국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원팀’을 앞세우고 군기반장을 자처하며 중심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당·청 관계를 긴밀히 잘 유지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노무현정부 때 국무총리를 지낸 이 대표는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깊은 신뢰 관계를 갖고 있다는 평이다.

총선 1년 전 공천 시스템을 완성해 계파 간 잡음 없는 선거를 치렀다는 것도 높이 평가받는 부분이다. ‘친문(친문재인) 공천’ 논란이 조기에 일자 공천 단계에서 경선 표기 시 전현직 대통령 이름을 사용 못 하도록 결정을 내리며 논란을 사전에 차단했다. 공천을 둘러싼 당내 반발이나 잡음도 어느 때보다 적었다. 이 대표 측근들이 대거 탈락했지만 끝까지 공천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 점도 높이 평가받는 지점이다.

다만 독선적인 리더십으로 당내 민주성이 잘 보장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크다. 당내 소수 의견에 지나치게 인색했다는 불만도 존재한다. 거침없는 설화로 자주 구설에 오른 것은 이 대표의 단점으로 꼽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4일 이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이유로 민주당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장애인 인권 교육을 하라는 취지의 권고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를 마무리한 뒤 세종 집과 여의도에 마련한 개인 사무실을 오가며 회고록 집필 작업에 몰두할 예정이다. 2022년 출간이 목표다. 현실 정치권과 일단 거리를 둘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주요 정치적 국면마다 측근 정치인들을 통한 그의 입김이 적잖게 작동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비유하자면 이제 현역에서 예비역이 된 것”이라며 “본인이 직접 정치 현장에서 뛰지는 않아도 선거나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 당 상임고문으로서 자문에 응하는 역할 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28일 오후 진행할 예정이던 이 대표 퇴임 기자간담회는 온택트 방식으로 전환됐다. 민주당 취재기자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에 따라 자가격리에 들어가게 된 이 대표는 당 인터넷 홈페이지에 당원들을 향한 마지막 서면 메시지를 남길 예정이다. 이 대표의 작별사에는 감사 인사와 위기 극복을 향한 의지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