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직격탄… 겨울까지 지속 땐 성장률 -2.2%까지 급락

입력 2020-08-28 04:02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결국 ‘코로나 태풍’이 한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또 낮췄다. 심지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올겨울까지 이어질 경우 -2.2%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역성장이 불가피해졌다. 불과 보름 전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0.8%)를 언급하면서 “가장 선방하고 있다”는 자화자찬이 무색해졌다.

한국은행은 27일 올해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3%로 제시했다. 지난 5월 -0.2%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자 3개월 만에 1.1% 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우리나라가 역성장했던 해는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6%), 1998년(-5.1%) 두 차례뿐이다.

한은은 3가지 성장률 시나리오를 내놨다. -1.3% 전망치는 현재 2단계 거리두기를 가정한 ‘기본’ 시나리오다. 문제는 이 시나리오조차 지금으로서는 구현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코로나19 재확산세가 10월 말 이후 가라앉는 상황을 가정했다. 하지만 현재 신규 확진자의 30%가 깜깜이 환자여서 확산세가 심상찮은 상태다. 또 날씨가 쌀쌀해지는 가을 이후로 접어들수록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가장 낙관적인 -0.9% 전망치도 코로나19 2차 확산이 이르면 다음 달 중 진정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어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겨울까지 이어질 경우를 가정한 ‘비관’ 시나리오는 성장률이 -2.2%까지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코로나19 재확산 진정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거나, 진정 후에도 3차 확산이 나타나면 올해 한국 경제는 98년(-5.1%)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한은과 정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의 전망이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이었다고 본다”며 “가장 현실적 수치는 지난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코로나19 2차 확산을 가정하고 내놓은 -2.5%”라고 말했다.

소비·수출 회복세도 더딜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민간소비는 지난 5월 -1.4%에서 -3.9%로 하향 조정됐다. 상품 수출 전망도 -2.1%에서 -4.5%로 낮춰졌다.

한편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0%로 동결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기준금리의 실효하한(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최저 금리 수준) 등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도 “다른 비전통적 정책수단이 충분히 남아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 추가 인하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찬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