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을 조사하기 위해 중국으로 파견된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이 발병지로 알려진 후베이성 우한시는 방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며 WHO의 부실한 조사로 인해 미국,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기원 조사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WHO 코로나바이러스 조사팀은 중국에 파견된 3주 내내 베이징에 머무르다 조사를 끝냈다. 우한에 대한 조사는 전화통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WHO는 조사팀이 우한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본격적인 국제 조사를 위한 자료 수집에 불과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파견은 본격 조사가 아닌 사전조사 성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을 알아내기 위해 파견된 조사팀이 바이러스 발병 사례가 처음 보고된 우한에 대한 현장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특히 WHO는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중국 눈치를 너무 많이 보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려 왔다.
데이브 샤르마 호주 의원은 FT에 “WHO는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고 있다”면서 “국제사회는 WHO의 독립적이고 발빠른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표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WHO는 전 세계의 공중보건보다 특정 국가의 정치적 민감성을 더 중시했다. 우리는 WHO의 이런 정책들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나 중국은 WHO의 조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던 시기였음에도 WHO 조사팀을 중국에 초대하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전 세계는 중국을 본받아 WHO와 협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코로나19의 기원 조사를 요구하는 미국과 호주 등 130여개국의 압박에 마지못해 WHO가 지휘하는 조사를 승인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7월 “조사 결과가 완전히 조작돼서 나올 것(completely whitewashed)”이라고 비꼬는 등 조사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WH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면 우한 화난 수산물시장 등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FT는 지금까지의 WHO 움직임을 봤을 때 실제로 우한 조사가 시행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