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포스트 코로나를 상상하자

입력 2020-08-29 04:04

국민일보가 ‘2020 국민미션포럼’을 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교회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논의한 것은 지난달 9일이었다. 전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증가세를 보였어도 두 자릿수에 머물 때였다. 감염 폭발이 다시 일어나는 제2파가 10월 이후 찾아온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지금보다는 낙관적이었다. 마스크를 잘 쓰고 거리두기를 유지하면 여름휴가를 다녀오고 카페나 식당을 이용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들 여겼다.

교계에선 전달인 6월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역 방향에 대한 모색이 활발했다. 지난 2~4월 코로나 제1파를 이겨내면서 확보한 지혜와 노하우를 나누며 자신감을 갖고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자는 메시지가 많았다. 드라이브인 심방 등 전국의 현장 사역자들이 절박한 상황에서 창안해낸 다양한 아이디어들은 한국교회가 젊으며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확신을 갖게 해줬다. 온라인 비대면 예배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는데 신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국민미션포럼에선 포스트 코로나의 특징을 언택트 시대의 도래와 디지털 사회의 가속화로 분석하고 한국교회가 무너진 교회론을 다시 세우고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는 ‘목회자의 첫 열정 회복’ ‘자기희생과 헌신의 모범’ ‘새로운 예배 포맷과 임팩트 있는 메시지’ 등이 제시됐다. 비대면 사회의 도래로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전환되는 만큼 교회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유연성과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예배와 말씀을 통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이들을 진정으로 위로하고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희망과 평화를 전하자는 권면도 나왔다. 이번 사태가 창조세계를 훼손하는 무분별한 개발과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빚은 결과라는 성찰과 함께 한국교회가 창조세계 회복에 앞장서야 한다는 데 공감이 이뤄졌다.

포럼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감염자가 폭증하고 일부 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등 상황이 급반전됐다. 일부 교회가 대면예배를 강행하면서 교회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은 따가워졌다. 일각에선 이런 상황도 예견하지 못하고 먼 미래의 포스트 코로나를 모색한 것은 구름 잡는 일과 같지 않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고난이 깊을수록 이를 극복한 미래에 대한 상상이 더 필요하다. 상상 가운데 빚어지는 꿈 희망 비전은 현실도피처가 아니라 고난을 극복할 에너지가 된다.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할수록, 고난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꿈과 희망을 갖고 포스트 코로나를 더 많이 상상해야 한다.

당시 포럼을 돌이켜보면 아쉬운 점은 다른 곳에 있다. 꼭 짚어야 할 내용인데 너무 당연해서 강조되지 않았던 것 같다. 포스트 코로나를 상상해보면, 한국교회가 가장 먼저 직면하는 질문은 ‘코로나19 퇴치와 방역을 위해 얼마나 기여했느냐’ ‘이웃들의 고통에 진정으로 함께했느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가 종식된 후에 교회가 감염병 확산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거나 교인들이 방역을 방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지금의 포스트 코로나 논의는 무의미해진다. 한국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는다면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아무리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준비해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고난이 닥치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금언을 통해 위안을 얻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그냥 지나가는 일회성 고난이 아니다. 참고 버티기만 하면 되는 일도 아니다. 힘을 모아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렇게 해야만 고난 이후를 꿈꿀 수 있다. 한국교회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첫걸음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고난받는 이웃들에게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비전과 전략은 그 위에서 작동한다.

송세영 종교부장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