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탈세 혐의 넷플릭스 세무조사… 명품 등 다국적 온라인 플랫폼 20곳도

입력 2020-08-28 04:04

국세청이 넷플릭스 등 탈세 혐의를 받는 다국적 온라인 플랫폼 업체와 관련해 개인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대상은 다국적 기업 21곳과 역외탈세 혐의자 22명이다.

국세청은 넷플릭스 국내법인이 외국 관계사로부터 콘텐츠를 수입해 판매하면서 벌어들인 수익을 경영자문용역료 등의 명목으로 해외로 빼돌렸다는 혐의를 조사 중이다.

이와 함께 명품 판매업체 A사가 외국 본사에 지급하는 브랜드 사용료에 국내 수익을 포함시켜 세금을 탈루한 혐의도 포착했다. 또 다른 명품업체 B사는 국내에 유한회사 형태의 페이퍼컴퍼니를 차려놓고 제품의 수입가격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수법으로 탈세를 저질렀다.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2016년 12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4조8000억원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조사와 관련된 사업가 중 일부는 조세회피 목적으로 백화점에서 쇼핑하듯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하는 ‘국적 쇼핑’을 했다. 본인이나 가족을 비거주자로 위장시켜 편법 증여와 소득을 탈루한 대재산가도 있었다. 국세청은 실제 국내 거주 중인 한 외국계 업체 대표가 외국 영주권자 신분을 이용해 자신의 외국계좌에 수십억원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탈루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이 돈으로 자녀에게 고급주택을 사줬고, 일부 자금은 국내로 들여와 강남 아파트를 구입했다가 이번에 적발됐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중계약서 작성, 차명계좌 이용 등 고의적인 세금탈루 혐의가 확인될 경우 최대 60%의 가산세를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또 갈수록 교묘해지는 역외탈세를 적발하기 위해 한국인이 외국에 있는 금융회사에 개설한 계좌 정보를 통보받는 금융정보자동화교환협정 대상국을 늘리기로 했다. 현재 96개국인 협정 대상을 터키와 페루, 몰디브 도미니카연방 등을 포함해 연내 109개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전체 세무조사 건수는 대폭 축소할 방침이지만 이번과 같은 반사회적 역외탈세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히 대응할 방침이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이번 세무조사 대상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수요 확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과 규모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해외명품 업계를 포함한 일부 다국적 기업들”이라며 “이번 조사를 통해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는 국적을 불문하고 정당한 몫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원칙이 반드시 지켜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