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란 약속이 이루어지리라 믿고 나아가는 것

입력 2020-08-28 18:55
미국 와싱톤중앙장로교회 성도들이 지난 14일 교회 주차장에서 금요비상기도회를 드라이브인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10년 동안 찬양대 지휘자로 섬겼습니다. 좋은 찬양대가 되기 위해서는 지휘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작사가, 작곡가, 찬양대원, 연주자들이 각각 존재하지만, 전체를 하나의 음악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지휘자입니다.

성경에는 다양한 스토리가 나오지만 모든 연주의 뒤에는 총감독인 하나님이 계십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삶입니다. 하나님이 연출하시는 작품은 완벽하기에, 신실하게 믿고 우리를 맡길 때 하나님은 친히 걸작을 탄생시키실 것입니다. 오늘 성경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나님이 지휘하시는 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보려 합니다.

종을 보내는 아브라함

창세기 24장에는 세 명의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아브라함, 엘리에셀, 그리고 리브가입니다.

아브라함은 자신의 종 엘리에셀을 불러 이삭의 아내 구하는 일을 맡깁니다. 아브라함은 자신의 허벅지 밑에 종의 손을 넣고 가나안 땅이 아니라 고향에서 아내를 구해올 것을 맹세하게 합니다. 이방 신을 섬기는 가나안의 여인이 아니라 고향에서 이삭의 아내를 구하는 아브라함에게서 믿음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사명감과 신앙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720㎞나 떨어진 곳에 자신이 직접 가는 것이 아닌데도 하나님이 신부를 예비해 두신 것을 믿고 보내는 아브라함에게서 믿음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믿음이란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도 약속대로 행하실 하나님을 믿고 나아가는 것입니다.

소명에 충실한 엘리에셀

하나님이 사자를 보내 여인을 준비해 두실 것이라는 말을 믿고 엘리에셀은 하나님이 허락하실 여인을 위해 기도합니다. “첫째, 내가 성으로 들어갈 때 마침 한 여인이 물을 길으러 나오게 하소서. 둘째, 소녀에게 물을 구할 때 자신뿐 아니라 낙타에게도 마시게 하는 사람을 주소서. 그러면 그 여인이 하나님이 예비하신 사람인 줄 알겠습니다.”

당시 상황을 이해해 보면 그의 기도는 평범한 기도가 아닙니다. 깊은 곳에서 우물을 길어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처음 만났는데 부탁도 하지 않은 낙타에게까지 물을 마시게 할 여인을 기다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물을 1ℓ만 마셔도 배가 부르지만, 먼 길을 걸어온 여러 마리 낙타가 마시는 물은 끝도 없습니다.

아브라함의 충직한 종의 기도에 하나님은 어떻게 응답하셨을까요. 엘리에셀의 기도가 끝나기도 전에 리브가가 물동이를 어깨에 메고 나타납니다. 충성된 자의 기도에 즉각적으로 응답하시는 하나님입니다.

엘리에셀의 눈이 열리고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물을 조금 달라고 요청할 때 리브가는 낙타를 위해서도 물을 길었습니다. 리브가가 기도의 응답으로 나타난 여인이라는 점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예비하신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자 종은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리브가 집에서 하루를 보낸 다음 엘리에셀은 아침에 함께 길을 떠날 것을 요청합니다. 먼 여행길에 누적된 피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관심은 오직 주인 아브라함이 자신에게 맡긴 소임을 신속하게 완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주인을 향한 헌신과 충성이 있었고, 하나님을 향한 진실한 신앙과 경건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맡겨진 임무를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충성을 다하는 헌신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줍니다.

하나님의 계획에 순종하는 리브가

리브가는 하나님이 예비하신 이삭의 아내였습니다. 그녀는 아름답고 정숙한 여인이었으며, 나그네요 노인 같은 사람을 정성껏 섬기는 마음을 지닌 여인이었습니다. 낙타들을 위해 급히 물을 길어 오는 태도에서도 그녀의 따스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리브가는 엘리에셀의 설명을 듣고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튿날 아침에 길을 떠나는 종에게 그녀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함께 가겠다고 합니다. 리브가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우물가에서 만난 한 늙은 종의 말을 듣고 다음 날 알지도 못하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되기 위해 집을 떠나는 여인의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하겠습니까. 가족과 친지, 그리고 친구들에게 최소한 인사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음 날 엘리에셀을 따라 함께 떠나겠다는 리브가의 결정은 인간적인 눈으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믿음의 눈으로 보면 리브가의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그녀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신속히 순종하는 믿음의 여인이었습니다. 리브가는 아브라함이 이미 140세가 된 것을 알았을 것이고, 혼기를 앞둔 아들을 둔 노인에게 기다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헤아리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리브가의 믿음과 결단에는 신자가 추구해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 잘 나타납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으면 즉각적인 순종이 최선입니다.

이삭의 아내를 구하는 장면에 여러 인물이 나타나지만 모든 것을 무대 뒤에서 지휘하시는 분은 하나님입니다. 아브라함과 엘리에셀은 세밀하게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철저히 신뢰했고, 리브가 역시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이란 이름으로 반응했습니다. 하나님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삼중주입니다.

(미국 와싱톤중앙장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