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호 태풍 ‘바비(BAVI)’의 직접 영향권에 든 제주와 전남 충남 등 서해안 지역은 26일 내내 긴장 상태였다. 가로수가 부러지고 아파트 외벽이 날아가는 등 제주 100여건, 전남 36건(오후 9시 현재)의 바람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제주도는 25일 저녁부터 태풍 바비의 간접 영향권에 들었다. 바비는 26일 오후 4시 기준 중심기압 945hPa, 중심최대풍속 초속 45m로 제주도 서쪽 약 200㎞ 부근 해상에서 북진했다. 북진 과정에서 서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면서 제주도에는 초속 30m 안팎의 강풍이 몰아쳤다. 26일 오후 5시 기준 제주도의 최대순간풍속(초속)은 윗세오름 36.4m를 비롯, 제주공항 32.7m, 새별오름 32.2m, 삼각봉 31.8m, 지귀도 30m를 기록했다.
바비는 곳곳에 상처를 남겼다. 제주시 오라일동의 가로수는 두 동강 났고, 노형동 도령로의 중앙분리대는 엿가락처럼 휘어져버렸다. 900여 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기기도 했다.
제주 산지에는 최고 422㎜의 비가 내렸고, 전 해상에는 높이 6m의 거센 파도가 일었다.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는 최고 12m의 파도가 들이쳤다. 가거도 주민 350여명 중 50여명은 목포로 몸을 피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오후 7시부터 국내 4번째 규모의 해상교량인 신안 천사대교(길이 7.2㎞) 통행을 제한했다.
26일 제주국제공항을 오갈 예정이던 총 463개 항공편이 모두 결항됐고, 제주 기점 9개 항로 15척 여객선 운항도 모두 통제됐다.
바비가 동쪽 고기압의 영향으로 북북서진하면서 부산과 경남 등지는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경남 서부 내륙 등 전국에 27일까지 최고 200㎜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6일 오후 8시 30분 전남 9곳에 태풍경보를, 오후 9시 대전 세종 충남 서해중부 전 해상에, 오후 11시 서울 전역에 태풍주의보를 발효했다.
바비는 27일 오전 4~5시쯤 서울에 가장 근접한 뒤 오전 5~6시쯤 북한 황해도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바비는 28일 오전 중국 하얼빈 인근까지 북상한 뒤 소멸할 것으로 예측됐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시점은 27일 오후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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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정임·목포=김영균·황윤태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