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질 것 같았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회동에서 ‘깜짝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향후 정 회장의 결단에 따라 M&A의 향방이 달라질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 회장과 정 회장이 만나 아시아나항공 M&A와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면서 “아시아나항공 M&A의 원만한 종결을 위해 HDC현대산업개발 측과 인수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산 측의 답변을 기다릴 것이며, 이후 일정은 답변 내용에 따라 금호산업 등 매각 주체와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이날 서울 모처에서 만나 한시간 가량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양 측이 세부적인 회동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권단인 산은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회장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안했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약 70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제시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난관에 봉착한 HDC현산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HDC현산은 당초 계획한 2조17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1조5000억원 정도로 낮춰도 부채 비율을 낮출 수 있다. 또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는 방안도 HDC현산 측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은 측은 이날 회동을 계기로 M&A 불씨가 살아났다고 본다. HDC현산 측은 “현재로선 아무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신중한 분위기다.
앞서 양측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 해결을 위해 두 차례 회동을 가졌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의 최종 인수의지 확인을 위해 지난 20일 최고 경영진 간 면담을 현산 측에 제안했다. 이를 정 회장이 수용하면서 이날 회동이 성사됐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