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운 팬데믹 커플… “못오는 하객 식비도 계산하래요”

입력 2020-08-31 17:20

“모든 (최소 보증인원의) 식대를 지불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준비도 하지 않은 음식, 지불해야 하는 것 맞나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2단계로 강화하면서 하객 50명 이상이 참석하는 예식 진행이 불가능해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최소 보증인원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30일 예식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와 예식업계의 최소 보증인원 제도가 충돌하면서 예비부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관행에 따라 최소 보증인원 제도를 두고 있는 예식업계가 ‘최소 보증인원 분의 식대를 모두 지불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예비부부인 소비자들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서모(28)씨는 “계약금은 안 돌려받아도 되니 취소 가능한지 웨딩홀 측에 문의했다”며 “아직 준비도 하지 않은 식대를 모두 지불해야 한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앞서 수도권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던 이달 18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대상 지역으로 기존 서울과 경기 지역에 더해 생활권이 겹치는 인천을 추가했다. 이들 지역에서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이 대면으로 모이는 모든 집합, 모임,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모임에는 예식, 장례식, 돌잔치, 야유회, 동창회, 동호회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가운데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결혼식 취소나 연기, 보증인원 문제와 관련해 정부도 예식장 측도 실효성 없는 대책만 제시하고 있다고 불만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서울 여의도 한 예식장과 계약했던 홍모(28)씨는 “지난해 말에 올해 가을 예식을 계약하면서 250명 최소 보증인원으로 계약했는데, 20%인 50명의 보증인원을 줄일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여전히 최소 보증인원이 200명 수준인데 이게 무슨 대안이 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홍씨는 “최근 예식장 측에서 ‘정부 지침 강화로 웨딩홀에 입장하지 못하는 하객이 발생하면 답례품을 준비해주겠다’는 공지를 받았다”며 “식장에 아예 참석하지 않겠다는 하객들이 대부분 일 텐데 답례품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소비자들만 고스란히 손해를 보는 상황인데도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대책 없는 현실에 막막할 따름”고 지적했다.

문제는 비단 예식장뿐만이 아니다. 한 웨딩플래너 업계 종사자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예식 연기에 따른 예식장 위약금은 물지 않도록 하는 것은 예식장 업계 관행처럼 퍼지고 있지만 드레스, 메이크업샵 분위기는 다르다”면서 “서울 강남의 한 유명 드레스샵은 예식 연기에 따른 위약금을 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결국 결혼을 준비했던 한 신부는 예식장에 위약금을 지불하지 않았지만 드레스 샵에는 돈을 지불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도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나서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코로나19로 감염 우려로 결혼식 연기가 불가피한 만큼 소비자는 별도의 위약금을 물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약금 없이 식을 연기하거나 최소 보증인원을 조정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수용 여부는 개별 업체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1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 따라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식업중앙회에 위약금 없이 결혼식을 연기하거나, 최소보증인원을 조정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대해 예식업중앙회는 공정위 요청을 수용해 자체적으로 소비자와의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예식업중앙회는 지난 20일 공정위 요청을 수용 ▲소비자가 연기 요청 시 결혼예정일로부터 최대 6개월까지 위약금 없이 연기하거나 ▲예정대로 진행 시 개별 회원사 사정에 따라 최소보증인원을 감축 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예식업계는 비대면 예식도 고려 중이다. 여의도의 한 예식장 관계자는 “2단계 강화 조치 상황에서 취소할 경우에는 잔여일수별에 따른 위약금이 발생하지만 진행할 경우 대면+비대면 형식으로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웨딩홀과 두개의 연회장을 통해 각각 49명씩 하객을 안내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웨딩홀 외 공간에서는 대형 스크린으로 예식장면을 중계한다.

전문가들은 서로가 손해를 보장받을 수 있는 선순환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코로나19는 특수한 상황이라 기존 법 체제 안에서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장받을 수 있는 대책은 사실상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특별법이 제정되거나 업체 스스로 손해를 감수하려는 노력 없이는 확실한 대안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은 기업에게 지원 체제를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소비자 구제에 나선 업체에게는 정부가 인센티브 등 지원하는 체제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취소하는 걸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상받은 소비자들이 업체에 믿음을 갖는 신뢰관계가 만들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경 쿠키뉴스 기자 smk503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