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이 2차 선교여행을 출발할 때의 일입니다. 바나바는 마가 요한도 데려가자고 했고, 바울은 데려가지 않겠다며 의견충돌이 일어납니다. 본문은 둘이 심히 다투더니 갈라섰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문제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바나바와 바울이 1차 선교여행을 출발할 때, 바나바는 예루살렘에서 데려온 마가 요한을 합류시켰습니다. 선교여행을 떠난 이들은 구브로라는 섬에 도착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을 전했습니다. 마가는 이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합니다.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이방인들에게 세례를 베푸는 장면입니다.
마가는 할례당 출신입니다. 할례당은 ‘이방인이 구원을 받으려면 일단 할례를 받아서 유대인으로 개종한 후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가로서는 이 같은 절차 없이 이방인에게 세례를 베풀고 천국 백성임을 선포하는 바울의 급진적 사역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마가는 밤빌리아의 버가에 이르자 예루살렘으로 떠나버렸습니다. 선교현장에서 목숨 걸고 복음을 전하던 바울은 떠나버린 마가의 무책임함에 큰 실망을 합니다.
당시 이방인의 할례 문제는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바울은 1차 선교여행 후 이 문제를 정식으로 의뢰했고, 초대교회는 이방인 그리스도인에게 “다만 우상의 더러운 것과 음행과 목매어 죽인 것과 피를 멀리하라”며 할례가 구원의 조건이 아님을 명확히 합니다. 이는 할례 문제로 혼란스러웠던 마가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결정이었습니다.
바나바는 2차 선교여행을 출발하면서 바울에게 마가 요한도 데려가자는 제안을 합니다. 그러나 이미 마가에게 실망한 바울은 마가에게 다시 기회를 주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을 대적했던 바울에게 신뢰와 기회를 주었던 바나바는 이러한 바울의 반응에 실망했습니다. 결국 바울은 실라와 함께 떠났고, 바나바는 마가를 데리고 구브로 섬으로 다시 갑니다.
마가에게 기회를 주자는 바나바,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바울. 과연 누가 맞았을까요.
마가는 바나바의 신뢰를 기반으로 다시 성장합니다. 이후에 기록된 바울 서신을 보면 마가에 대한 바울의 인식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울이 로마에 갇혀있을 때 쓴 골로새서 4장 10~11절을 보면 ‘마가가 도착하면 잘 영접하라’는 바울의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할례파들이 바울의 사역에 평생 훼방을 놓았지만, 그는 “할례파 중에서 유스도와 마가, 이들은 다르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함께 동역하는 사람이고 나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마가는 초대교회의 훌륭한 지도자 중 한명으로 성장합니다. 베드로와 동역하며 ‘마가복음’을 써냈고, 바울이 로마의 감옥에 갇히자 자신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던 그 바울을 외면하지 않고 예루살렘에서 로마까지 찾아가 바울을 위로하는 큰 그릇을 가진 인물이 됩니다. 적어도 마가에 있어서는 바나바가 옳았던 것이죠.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조금 모자란 것 같아도, 아니, 봐주기 힘든 치명적인 실수가 있다 할지라도 그 마음의 중심이 진실하다면 다시 한번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저주했던 베드로를 믿고 어린양을 맡겨주셨던 예수님의 마음을 품어봅시다. 그 신뢰가 담긴 또 한 번의 기회가 하나님의 역사를 만들어 낼 줄로 믿습니다.
이상일 목사(군산삼학교회)
◇군산삼학교회는 유아로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모든 성경을 빠짐없이 배워가는 말씀 중심의 교회입니다. 교육부서 학생들은 다양한 성경 레크레이션과 오감 활동을 통해 성경을 배워가며, 성경 전체를 3년 과정으로 반복하여 가르쳐 하나님의 마음에 공감하는 성숙한 신앙인으로 세워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