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아프리카에서 척수성 소아마비 박멸에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1952년 소아마비 백신이 처음 개발된 지 68년 만에 이뤄낸 인류의 승리라는 평가다.
AFP통신에 따르면 WHO는 25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보건 이슈에 관한 장관급 화상 콘퍼런스에서 “각국 정부와 기부자, 일선 보건직원, 지역사회 등의 노력 덕분에 180만명에 가까운 어린이가 평생을 불구로 만드는 마비 증세에서 벗어났다”면서 “아프리카 대륙은 소아마비로부터 자유롭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이뤄진 퇴치 선언은 나이지리아 북동부에서 마지막 소아마비 발병 사례가 보고된 지 4년 만이다.
소아마비 박멸을 위해 노력해온 각계 인사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나이지리아에서 의사로 활동하는 툰지 푼쇼 로타리국제클럽 소아마비 퇴치 코디네이터는 “행복하다는 말로는 모자라다”며 우리는 이 마라톤을 30년 넘게 뛰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위대한 성과다. 나는 기쁨과 안도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딴 자선재단을 통해 소아마비 퇴치에 거금을 기부해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화상 인증식에 참여해 “이러한 노력들이 에볼라와의 싸움뿐 아니라 현재 코로나19 대처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소아마비 퇴치를 위한 감시체계와 면역 조치, 현장 검증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보건 인프라가 종전보다 훨씬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소아마비는 폴리오바이러스가 일으키는 급성 감염증으로 척수신경을 공격해 돌이킬 수 없는 마비 증세를 불러온다. 감염자 중 일부는 호흡 관련 근육이 마비돼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백신의 개발과 보건 기술의 향상으로 1994년 서유럽에서, 2000년에는 한국을 포함한 서태평양 지역에서 박멸이 선언됐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백신이 개발된 후에도 가난한 형편 때문에 구매가 어려워 1996년 한 해에만 7만명이 감염되는 등 70년 가까이 소아마비의 비극에 시달려 왔다. 지난 30년간 전 세계에서 아프리카 소아마비 퇴치를 위해 투입한 지원금만 190억 달러(약 22조5000억원)에 달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