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에 사는 엄모(62)씨는 아픈 어깨를 부여잡고 1시간 동안 영업 중인 정형외과를 찾아 헤맸다. 엄씨는 병원 3곳을 돌아다닌 후에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엄씨는 “어깨를 들 수가 없을 정도로 아파서 다니던 정형외과에 갔지만 문이 닫혀 있었고 오늘 간 병원은 또 내일부터 휴진한다고 한다”며 “다른 병원을 가자니 처음부터 진료를 받아야 해서 통증이 재발하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개원의가 주축이 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26일 2차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혼란을 겪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서울 관악구에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둘러본 결과 15곳 중 4곳이 휴업 중이었다. 대부분 병원은 휴진을 하는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26~28일 휴진입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공지만 출입문에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일부 병원은 입구에 ‘의사여, 계속 하나가 되어 전진하라.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13만이 하나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의협 포스터를 걸어놓는 등 총파업 지지 의사를 적극 드러내기도 했다.
진료과목별로 여러 병원이 모인 메디컬 빌딩에서도 집단휴진이 이어졌다. 내과·이비인후과·산부인과 등 병원이 모여 있는 강남구의 한 12층 규모 빌딩에선 성형외과·피부과를 제외한 병원들이 휴진 공지를 내걸었다.
문을 연 병원도 적지 않아 의료대란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시민들은 자주 찾던 병원이 문을 닫자 불만 섞인 반응을 보였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불안감은 더 컸다. 아이 손을 잡고 휴원한 소아과를 방문한 30대 주부 김모씨는 “아이가 열이 많이 나서 왔다. 아이가 아플 때마다 종종 왔던 곳인데 빨리 다른 내과라도 찾아봐야겠다”며 황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5세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정모(33)씨는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해 언제 아플지 몰라 항상 긴장 상태로 있는데 문을 연 병원을 검색해 찾아 다녀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정씨는 “대형병원이라도 가야 할 텐데 지금 같은 시기엔 큰 병원에 갔다가 괜히 코로나19에 노출될 것 같아 무섭다”고 덧붙였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소아과·내과 등 동네 병원들이 문을 열었는지 문의하는 글과 함께 이참에 다니던 병원을 바꾸겠다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한 맘카페 이용자 A씨는 “이번에 파업한 병원은 앞으로 가고 싶지 않다”며 “특히 소아과 파업은 너무했다. 애기들이 볼모인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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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