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부동산 시장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며 대대적인 실거래 조사를 한 결과를 4번째로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그동안 세 차례 실거래 합동조사 결과에서 세세한 통계와 사례까지 담아낸 것과 달리 구체성이 떨어져 내용이 부실했다는 평가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급하게 전달하기 위해 설익은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이후 올해 2월까지 신고된 전국 고가주택(9억원 이상)을 대상으로 실거래 조사를 한 결과 1705건의 이상거래를 포착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가운데 총 811건이 법령 위반 의심사례로 확인됐다. 탈세 의심 건이 555건, 용도 외 유용 등 대출규정 위반 의심 건이 37건, 계약일 허위신고 등 거래신고법 위반 의심 211건 등이었다.
국토부는 지난 1~3차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 발표 때는 전체 실거래 건수와 이 가운데 의심 건수를 얼마나 걸러냈는지, 의심 건수 중 소명이 완료된 건수까지 세세하게 나눠 국민에게 알렸다. 반면 이번 발표에서는 9억원 이상 거래 중 이상거래로 의심되는 1705건만 조사했다고 명시했다. 3차 조사 결과에서 9억원 이상, 6억~9억원, 6억원 미만 등 가격을 세분화해 통계를 낸 것과 대조적이다.
또 이번 발표에선 지역별 조사대상도 서울과 서울 외 경기, 대구 등으로만 구분했고, 서울의 어떤 구에서 이상거래 의심 사례가 많이 발생했는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반면 지난 3차 조사 결과에는 서울의 경우 구 단위로 조사대상이 얼마나 분포하는지 알 수 있는 통계도 담았었다.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서대문구)이 각각 26%, 13%를 차지하며 불법 의심사례가 많이 나타났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였다. 국토부는 조사대상이 갑자기 왜 축소됐는지, 지역 구분도 왜 없앴는지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부동산 대응반의 활동 실적도 상당히 저조했지만, 이런 내용은 발표에서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단순히 ‘부동산범죄 수사 결과’라고 명시하고는 “대응반은 현재까지 부동산시장 범죄행위를 수사한 결과 총 30건(34명)을 형사입건했다”고 설명했다. 형사입건한 30건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이용한 집값 담합(13건), 위장전입·장애인 등 특별공급제도 이용 부정청약(9건), 비회원 공인중개사와 공동중개 제한(5건) 등이었다.
국토부는 지난 4월 3차 조사결과 발표 당시 11건을 형사입건했다고 밝혔었다. 추가로 19건을 적발해 형사입건한 것이 약 4개월 동안의 활동 성과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지난 2월 부동산 대응반 출범 이후 현재까지 30건을 형사입건했다고 설명하며 ‘숫자 부풀리기’를 했다. 또 국토부는 부동산 대응반의 활동 기간이 6개월이었지만 6개월 더 연장했다는 점도 알리지 않았다(2020년 8월 19일자 국민일보 22면 기사 참조). 부동산 대응반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정치권 등의 지적을 의식해 발표 내용을 최소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국토부는 아직 395건을 수사하고 있어 성과가 미미하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대응반은 서울 및 수도권 주요 과열 우려지역에 대한 고강도 실거래 기획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향후 조사 진행 상황을 감안해 올해 안에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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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