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 한해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조치를 확대하기로 했지만, 시장 반응은 썰렁하다.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한 주택 가격의 기준이 시세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낮은 데다 취득세 감면을 위해 지켜야 할 부대조건이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실수요자 보호를 내세우며 추진하는 정책이 ‘생색내기’에 그치거나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행정안전부는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 나이와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시행하겠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처음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에 대해 세금 부담을 완화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에 따라 지난달 10일 이후 주택을 취득한 경우부터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취득세 감면을 받을 수 있는 주택 가격 기준이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역과 관계없이 1억5000만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전액 면제하고, 비수도권 3억원, 수도권 4억원 이하 주택을 처음 구매하는 경우 취득세를 50% 감면한다는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26일 “한국감정원의 주택 중위매매가격 집계를 참고해서 기준선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도, 인천을 합친 수도권의 주택 중위매매가격은 지난달 기준 4억3720만원이었고, 전국 주택의 중위매매가격은 3억72만원이었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원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취득세 감면 조치가 수도권 실수요자에게는 거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유모(33)씨는 “정부가 사실상 청년층에게 아파트는 사지 말고 빌라나 연립주택에 들어가 살라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중위매매가격은 6억5261만원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수도권 주택 가격 추이를 고려할 때 수도권의 취득세 감면 기준선이 6억원은 돼야 실수요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득세 감면에 따른 부대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점도 문제다. 감면 혜택을 받은 대상자는 주택 취득 90일 이내에 전입신고를 하고 실거주해야 한다. 만약 실거주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해당 주택을 매매·증여하거나 임대하면 감면분을 추징한다.
취득세 감면 조치가 수도권과 지방의 지방세수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행안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과 경기도의 주택 취득세수는 각각 2조3910억3443만원, 2조4739억6591만원에 달했지만, 전남의 주택 취득세수는 1138억5725만원으로 수도권의 20분의 1도 안 됐다. 가격 기준에 들어맞는 주택이 적은 수도권에서는 취득세수 영향이 적겠지만 상대적으로 감면 혜택이 많을 지방에서는 오히려 취득세수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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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