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한 의사단체가 총파업을 이어가면서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초유의 상황이 됐다. 정책이 발표된 지난달 23일부터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26일까지 한 달이 넘도록 정부와 의사단체가 대치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의료비 폭증 및 진료의 질 하락 우려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서울의 인구 수 대비 의사 수는 3.1명인 데 반해 경북은 1.4명, 충남·울산은 1.5명으로 2배 넘게 차이가 난다. 의사 부족 지역의 환자는 제때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정부의 우려다. 복지부는 절대적인 의사 수를 늘려야 이런 지역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수 대비 의사 수는 1.89명(한의사 제외)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3.4명을 크게 밑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그러나 이미 인구 증가율보다 의사 증가율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 계획대로 의사 수를 더 늘리면 과다경쟁에 따른 과잉진료로 의료비가 폭증하는 것은 물론 진료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둘째, 10년 뒤 의대정원의 원상복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가 2022학년도부터 10년 동안 한시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2032학년도에는 의대정원이 다시 400명 줄어드는 셈이다.
그러나 2032년이 됐을 때 정원이 원상복귀될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의협 출신의 한 의원은 “정원을 늘린 대학들이 다시 정원을 줄인다 하면 반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속적인 의사 수 증가가 과잉양산으로 귀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셋째, 의사 충원 숫자인 4000명에 대한 근거다. 정부는 매년 최대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의 의사를 충원한다는 계획인데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왜 400명이란 숫자가 나왔는지 정부가 명확한 근거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400명 중 지역에 투입되는 300명(10년간 총 3000명)이 수도권에 몰릴 가능성을 정부가 등한시했다는 비판도 있다. ‘지역의사제’를 통해 양산되는 의사는 학자금 등을 전액 지원받으며 지역에서 10년 근무한 뒤 다른 지역에 가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의사들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수가 인상 등의 유인책을 함께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넷째,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과 시기에 대한 불만이다. 의사단체는 정부의 ‘불통’을 얘기했다. 어떤 사전 논의도 없었고 정부가 원안만 고집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지난 5일부터 5차례에 걸쳐 의사단체들과 간담회를 진행했고, 수도권의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된 이후 정책을 추진하겠는 발표도 했었다”고 반박했다. 정부가 정책을 너무 성급하게 추진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의대정원 확대를 시행하기까진 상당기간이 걸린다”며 “장기 계획을 갖고 차근차근 논의하자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
▶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