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료 거부 의료계, 업무개시 명령 따르고 협상 재개하라

입력 2020-08-27 04:01
의료계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반발해 26일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전국적인 진료 거부에 들어갔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겠다고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끝내 집단행동에 들어간 것이다. 그 어떤 명분이나 정당성도 없는 지극히 이기적인 행태이자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비인도적인 처사다. 이에 정부가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의료법에 따른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한 것은 당연한 조처다.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의료진의 진료 거부 행위를 방치한다면 오히려 더 비난받아야 할 일일 테다. 그런데도 대한의사협회가 업무개시 명령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무기한 총파업까지 벌일 태세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인이 업무개시 명령을 안 따르면 면허정지 처분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돼 있다. 정부는 행정력을 최대한 동원해 현장조사를 벌여 명령 불이행자에 대해선 의법처리해야 할 것이다. 의료계가 법에 저촉되는 걸 피하기 위해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의 꼼수를 검토하고 있다지만, 이 역시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는 행위의 일환일 뿐이다.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업무개시 명령을 재차 발동하고, 불응 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의사들의 파업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 아울러 향후 무기한 파업 등에 대비한 비상진료 체계 마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의료진은 응급 현장에 즉각 돌아오라. 또 서둘러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 전날 정부와 의협은 잠정 합의안까지 마련했지만 전공의들이 반대해 협상이 결렬됐다. 잠정안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코로나 확산이 안정화될 때까지 중단하겠다고 양보하면서 도출됐다. 정부로서는 정책 추진의 일시 중단이라는 큰 양보를 한 셈이다. 그런데도 의료계가 정책의 완전 철회를 내건 것은 협상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정부에 일방적으로 무릎을 꿇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코로나 사태가 안정화될 때까지는 앞으로도 꽤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그때까지 정부와 의료계가 성실히 협상한다면 절충안은 충분히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진료 거부라는 최악의 카드를 꺼내든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파업에 나선 의료진은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던 자신들의 다짐을 되새겨 속히 환자 곁으로 돌아올 것을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