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6일 당정 협의회에서 내년에도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최근 2~3년간 본예산 증가율 수준에서 최종 규모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전년 대비 본예산 증가율이 2019년 9.5%, 2020년 9.1%였다. 올해 본예산이 512조3000억원이니 내년 본예산은 550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미·중 경제 전쟁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수출 환경이 나빠진 가운데 내수까지 얼어붙어 경제적 활로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당정 회의에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경제 회복의 열쇠는 재정에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재정이 최후의 보루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일자리를 유지·창출하고 영세 자영업자, 실직자 등 생계 위협에 처한 취약계층을 돌봐야 한다. 공공투자를 늘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수출과 지역경제 회복을 지원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문제는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느냐이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우리의 재정 건전성이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국가에 비해 양호해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확장 재정 기조로 인해 국가의 빚이 급증하고 있는데 경기 위축으로 세수 여건은 악화되고 있어서다. 정부의 내년 총수입이 올해와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 나왔는데 지출은 대폭 늘어난다면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적자 국채를 발행해 부족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재정 건정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국가 채무가 늘어나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더 늘려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재정 건전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재원 대책도 없이 당장 필요하니 빚을 내서라도 쓰고 보자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후임 정부들과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불요불급한 예산은 덜어내야 한다. 확장 재정이 불가피하다면 증세 로드맵 등 중장기적인 재원 마련 대책을 함께 제시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사설] 내년에도 슈퍼예산… 재정 건전성 대책도 함께 제시해야
입력 2020-08-27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