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해오던 장애인 선교 사역, 10년 넘게 밟았던 자전거 페달. 이 두 가지를 컬래버레이션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겠죠.”
지난 24일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유권신(50·밀알복지재단 미션사업부장) 목사의 목소리에선 출발선에 선 선수의 설렘과 떨림이 느껴졌다. 장애인의 현실적 어려움을 교회에 알리고 ‘선교적 교회’로의 협력을 도모해 왔던 그는 28일 잠시 사역을 내려놓고 자전거에 오른다. 이날부터 3일간 기부라이딩으로 ‘633랠리’에 나설 예정이다.
633랠리는 인천 정서진을 출발해 부산 을숙도까지 자전거길 633㎞를 63시간 3분 내에 통과하며 정해진 29개 지점에서 인증사진을 실시간으로 올리는 국토종주 랠리다. 유 목사는 “취미로 라이딩을 즐기며 하루 100㎞ 이상 달린 적도 많았지만 3일 동안 하루 200㎞ 이상을 소화해야 하는 장거리 라이딩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를 도전으로 이끈 건 장애를 딛고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는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아인스바움 윈드 챔버라는 오케스트라가 있어요. 발달 정신 시각 장애인과 비장애인 단원 30여명이 12년째 자립을 꿈꾸며 합주를 펼쳐왔지요.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습 공간과 악기 보관 공간을 찾지 못해 6개월째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더라고요.”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주말마다 라이딩하던 대학 선후배들과 머리를 맞댔다. 두 가지 목표가 생겼다. ‘라이딩으로 기금을 마련해 보자’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장애인 예술인들에게 희망을 전하자’. 유 목사는 “633랠리에서 1㎞당 1만원씩 모금해 연습 공간 사용료 3개월분, 10월로 예정된 공연장 대관료를 마련하는 게 1차 목표”라고 설명했다.
633랠리 소식에 이현주(45) 아인스바움 지휘자는 “장애 예술인들의 꿈을 위해 기적처럼 동역해 줘 감사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단원들에게 연습실은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공간이 아니라 하나님께 받은 새 생명을 불어넣는 곳”이라며 “이번 도전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온전한 사회통합을 이뤄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기부 라이딩 참여를 원하는 이들을 위해선 미션펀드 후원 창구도 마련했다. 633만원을 초과하는 기금은 발달장애인 예술인 지원에 사용할 예정이다.
유 목사는 이번 여정에 동참하는 3명의 지인과 함께 랠리를 앞두고 최종 점검에 바빴다. 태풍 ‘바비’의 북상으로 인해 출발 일정이 27일에서 하루 미뤄지고, 코로나19 상황 속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예기치 못한 변수가 많지만 그의 의지와 결단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마지막 날엔 체력이 소진돼 정신력으로 버텨야 할 겁니다. 하지만 ‘두 바퀴에 희망을 걸고 달린다’는 결심이 힘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 믿습니다. 파이팅.”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