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하나님, 죄송합니다

입력 2020-08-27 00:06

저는 예수 믿고 신학교에 간다고 집에서 쫓겨난 이후 오직 하나님 한 분밖에 없었습니다. 광주신학교 다니던 시절,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 계엄군이 광주 금남로를 점령했을 때 수요일 저녁예배를 놓칠 수 없어 성경책을 가슴에 품고 ‘저 높은 곳을 향하여’라는 찬송을 부르며 걸어갔습니다.

개미 새끼 한 마리 다니지 않던 그 거리를 걸어가던 제게 계엄군이 총을 쏴 버렸다면 저는 지금 이 세상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때 금남로 바닥에 피를 쏟으며 죽었어도 후회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나님께 예배드리러 가다가 순교한 것이니까요.

하나님, 저는 지금 제 일생에 가장 부끄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국가적으로 모든 분야가 ‘셧다운’되면서 교회마저 온전한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저 역시 전염병에 걸리든, 어찌하든 간에 하나님 앞에 드리는 예배만큼은 목숨을 걸고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엎드리고 또 엎드려 봐도 ‘우리가 일상적 예배를 드리다가 성도들과 지역 주민에게 코로나19를 감염시켜선 안 된다’는 감동이 왔습니다. 당신의 제단을 더 굳게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조심해야 할 때라는 뜨거운 감화가 왔습니다. 울고 또 울었습니다. 애통하고 또 애통했습니다. 텅 빈 예배당에서 혼자 예배를 인도하며 하나님 앞에 너무 죄송해 눈물을 쏟고야 말았습니다.

당신께 드릴 수 있는 것은 애통의 눈물, 참회의 울음뿐이었습니다. 하나님, 이 모든 게 우리의 잘못입니다. 한국교회가 분열하고 다투며 교회의 영광성과 거룩성을 허물었기 때문에 다가온 재앙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부끄러움과 수치를 들춰내시고 텅 빈 예배당을 보게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 눈물로 애원하며 비탄의 기도를 바칩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한 번만 더 한국교회가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이제라도 하나님 앞에 돌아가 애통하며 교회의 본질과 예배의 참된 의미를 회복하게 해 주옵소서. 서로 돌을 던지며 정죄하고 비난하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의 허물과 죄악부터 주님 앞에 내어놓고 회개하며 다시 주님께 돌아가는 회개의 영이 임하게 하옵소서.

하나님,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한국교회가 진정으로 살아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아닐까요. 돌 위에 돌 하나 남지 않고 무너져버린 것 같은 한국교회의 폐허에서 당신의 진정한 뜻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무너진 성벽 끝자락에서 돌무더기를 하나하나 들추면서 죽어가는 한국교회 성도들의 차가운 심장을 두드리며 깨우겠습니다.

하나님, 우리에게 비둘기 같은 순결한 마음과 뱀 같은 지혜를 주옵소서. 한국교회의 무너진 성벽 아래에 다시 주님의 제단에 드릴 한 송이 꽃을 피우게 하옵소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다시 힘을 모아 하나가 되면 됩니다. 그러면 더 새롭고 아름다운 한국교회의 선한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지금은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디서부터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주님 앞에 드릴 수 있는 것은 눈물뿐이오니, 우리의 눈물을 받으시고 하루속히 코로나가 물러나게 하옵소서. 코로나를 이길 수 있는 백신과 치료제가 하루속히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긍휼을 베풀어 주옵소서. 그리하여 우리가 오직 의지하고 경배드릴 분은 하나님 한 분뿐임을 다시 고백하게 하옵소서.

하나님, 죄송합니다. 텅 빈 예배당에서 허공을 향해 외치는 이 못난 종의 허물과 부족함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이 종의 아려오는 폐부의 통증과 애통의 기도를 받으시고 부디 우리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옵소서.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