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코로나 쇼크’가 현실로 다가왔다.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시대’가 도래하며 비대면 놀이문화인 게임이 다시금 주목받는 분위기다. 다만 호황기에 취해 국내 게임 산업의 고질적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2차 코로나 쇼크’가 발발하며 전체 게임 이용 시간이 다시금 증가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자연스레 게임 이용자 수도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지난 주말 한 서브컬처 모바일게임의 전체 이용시간이 약 20% 가량 증가해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학 개강이 연기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지난 1학기와 유사하게 게임 이용 빈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달 31일 발간한 ‘2020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꾸준히 게임을 이용한 국민 중 코로나19 확산 후 게임 이용 시간이 늘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모바일게임 이용자의 47.1%, PC 게임 이용자의 45.6%, 콘솔 게임 이용자의 41.4%로 나타났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앱애니’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모바일게임 다운로드는 260억 건으로 전년 하반기 대비 17% 상승했다. 소비자 지출은 11% 상승한 360억 달러(약 42조 75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 5월엔 8조750억원 이상의 지출이 발생해 역대 월 최고기록을 세웠다.
게임 이용 시간 증가세는 고스란히 게임사 실적으로 연결된다. 올해 2분기 국내 게임사 영업이익을 보면 넥슨 3025억원, 엔씨소프트 2090억원, 넷마블 8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6%, 61%, 141% 성장했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의 경우 2분기 161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2% 성장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그 외에도 컴투스(17.8%), 그라비티(25.5%), 웹젠(76.2%), NHN(4.0%) 등 게임사 대부분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게임 산업의 부흥은 세계적 추세다. 중국 공룡 IT 기업 텐센트는 올해 2분기 매출액 114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9% 성장했다. 텐센트의 주력 사업은 게임이다. 텐센트 모바일게임 매출은 같은 기간 대비 62% 증가한 360억 위안을 기록했다. 텐센트의 주가는 코로나19 창궐 후 저점 대비 70% 가까이 뛰었다. 미국 게임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의 경우 올해 2분기 매출 19억3200만 달러, 영업이익 7억4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122% 증가한 수치다. 주가는 올해 초 대비 73% 뛰었다.
게임 산업은 인공지능, VR, 5G 등 4차 산업을 주도하는 ‘언택트’ 기술과의 접점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다만 ‘언택트 시대’ 이전부터 제기돼온 문제들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정의준 건국대 교수는 “산업적으로 당장은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코로나가 안정화 되거나 언택트에 적응하게 될 때는 확률형 아이템 등 게임 산업의 고질적 문제가 다시 대두될 것이다. 국내 게임 산업의 근본적인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