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영업자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게 묻을 닫았습니다. 10년간 성실한 사업가였던 그는 가게 문을 닫고 2주간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이 그를 염려했습니다. 그는 2주 만에 생각을 바꿨습니다.
“나는 망한 사업가가 아니라 아빠다. 하나가 실패했다면 다른 일을 시작하면 그만이다. 내가 ‘사장’이었던 이유는 내가 ‘가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가정을 지키는 자다. 이전엔 가장 역할을 잘하기 위해 사장직을 택했다. 이제 다른 식으로 가장의 임무를 수행해 낼 차례다.”
생각을 정리한 그는 다른 가게에 아르바이트로 들어갔습니다. 적은 시급도 마다치 않고 재도전했습니다. 그는 다른 업종에서 경험을 쌓기로 했습니다. 직업이 바뀌어 가게 사장은 아니지만, 소명은 한결같았습니다. 가족을 책임지는 자입니다. 그는 자신의 소명에 집중함으로써 묵묵히 문제를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그를 보며 사도 바울이 떠올랐습니다. 그의 소명은 예수 그리스도의 종(롬 1:1)으로서 이방인의 사도 역할을 해내는 것이었습니다.(롬 11:13, 갈 2:8, 딤전 2:7).
바울은 자신의 소명에 집중하느라 사역하는 형태에 있어 자유로웠습니다. 특히 고린도 지역에선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를 제자화하는 일에 집중하며 텐트 메이커라는 형태를 선택했습니다.(행 11:3, 고전 9:7) 에베소에서도 말씀 전파에 집중하기 위해 회당이라는 익숙한 영역을 벗어던지고, 지역 상황에 맞게 두란노 서원으로 사역 장소를 변경했습니다.(행 19:8~9)
소명자였던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알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자유로운 형태로 복음 전파에 힘썼습니다. 그의 사역 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음 말씀과 같습니다.
“약한 자들에게 내가 약한 자와 같이 된 것은 약한 자들을 얻고자 함이요 내가 여러 사람에게 여러 모습이 된 것은 아무쪼록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고자 함이니.”(고전 9:22)
이것은 예수님에게서 나온 방법론입니다. 하나님이 성육신하신 사건만큼이나 큰 형태의 변화가 있을까요. 예수 그리스도는 하늘 영광을 다 버리시고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신 분이십니다.(빌 2:6~7) 죽기까지 소명대로 복종하신 하나님이십니다.(빌 2:8~11)
우리 주변을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종교 등 어느 것 하나 성한 것이 없어 보입니다. 감정을 요동치게 만드는 세상의 소식으로 마음을 지키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경을 기반으로 한 크리스천입니다.
우리가 세파 위에서 요구받는 것은 소명의 변질이 아니라 복음을 위한 형태의 변화입니다. 그리스도께 집중하기 위해 기존의 방법론들을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교회의 핵심이 예수님이라는 사실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진리입니다.
구원의 기준과 수단이 모두 그분께 달려있습니다. 교회 건물, 모임이나 예배 방식, 사역 프로그램, 교육 구조, 행정 시스템 등은 모두 예수님보다 작은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이 사역 방향이나 문화에 따라 어떤 형태로 바뀌든 항상 예수님이 그 중심에 있다면 더욱 교회다워질 것입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할 것이니라.”(눅 5:38)
송준기 목사(웨이처치)
◇웨이처치는 총신대와 미국 리버티신학교에서 공부한 송준기 목사를 중심으로 2012년 홍대에서 시작했습니다. 제자 모임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장되는 교회입니다. 선교적 교회를 표방하는 웨이처치는 성도들이 자기 삶의 현장에서 전도와 제자화를 통해 교회를 개척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